한미약품 가능성 본 제넨텍… 계약금, 1년 R&D 투자액 훌쩍
3조2천억 비만신약 기술수출
전임상서 체중 감소·근육 보존 확인
2629억 선금 가치 높게 평가한 셈
국내 제약사의 초기 R&D 역량에
글로벌 빅파마 사업화 능력 결합
한미약품의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 기술수출은 3조원대 계약이라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연구개발(R&D)로 발굴·개발한 후보물질에 글로벌 빅파마가 2600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선지급했다는 점에서다. 단순한 파이프라인 수출을 넘어 국내 신약 개발 기술과 사업화 가능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에 HM17321의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연구·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23억500만달러(약 3조1892억원)다.
■2600억 선급금…연간 R&D 투자액도 넘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전체 계약 규모보다 계약금 1억9000만달러(약 2629억원)다. 마일스톤은 향후 임상과 허가, 상업화 등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지만 계약금은 계약 체결과 함께 확보되는 금액이다. 후보물질의 현재 가치와 향후 개발 가능성을 글로벌 제약사가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약금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R&D에 투입한 2290억원보다도 많다. 하나의 후보물질 기술수출로 전년도 연간 R&D 투자액을 웃도는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이를 다시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할 경우 R&D와 기술수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의미는 HM17321이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과 다른 방식으로 비만 치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GLP-1 계열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경쟁의 초점은 단순히 체중을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에서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 등 제지방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근육까지 함께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비만 치료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HM17321은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장기 지속형 UCN2 유사체다. 한미약품은 체지방을 줄이면서 제지방량과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이른바 '고품질 체중 감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에서는 체중과 체지방 감소와 함께 제지방량 증가가 확인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을 넘어 '근육 보존'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며 "최신 트렌드와 한미약품이 확보한 데이터의 기술적 완성도가 맞아떨어진 것이 이번 대형 계약금 수령의 결정적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미약품이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GLP-1 계열을 뒤따르기보다 차세대 경쟁 요소를 겨냥한 후보물질을 개발했고, 제넨텍이 그 가능성에 대규모 선급금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빅파마와 손잡고 글로벌 개발…R&D 선순환 노린다
계약 이후 역할도 명확하게 나뉜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의 연구·개발·제조·상업화를 담당하는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후기 개발과 상업화 부담을 낮추는 대신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상업화 이후 경상기술료를 확보하게 됐다.
국내 제약사가 모든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를 직접 수행하기보다 초기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빅파마의 후기 개발·사업화 능력을 결합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HM17321 외에도 삼중작용제 HM15275와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의 HM500197 등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기술수출이 개별 후보물질 하나의 성과를 넘어 한미약품이 장기간 축적한 대사질환 분야 R&D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제넨텍과의 대형 계약은 한미약품의 R&D 역량과 한미사이언스 이노베이션본부의 사업개발(BD) 역량이 결합해 만들어낸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라며 "R&D를 이끌어 온 오너 임주현 부회장의 리더십 과 함께 전문경영인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 취임 이후 구축된 혁신 경쟁력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지난 6월 릴리 건에 이어 연이은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그룹은 앞으로도 자체 R&D에 사업개발 및 투자 역량을 더해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