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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윤리 발표, 규제 필요하나 혁신 막아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3대 가치 담은 자율 규범안 제정
무작정 위험으로 몰면 발전 저해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정부가 인공지능(AI)의 건전한 개발·활용에 가이드라인이 될 윤리원칙을 제정했다. 지난 5월 1차 초안 공개와 지난 14일 대토론회를 거쳐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존엄성·사회의 공공선·인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3대 가치를 뼈대로 인간중심성,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성·포용성, 책임성, 안전성, 신뢰성, 투명성 등 7대 원칙을 담았다. 이번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 개발과 활용에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가 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원칙 발표는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AI 윤리원칙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산업 정책 등에 두루두루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AI 윤리원칙은 이상적인 관점이 아닌 합리성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이에 AI 윤리는 혁신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막연한 위험으로 규정하고 규제의 잣대부터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AI를 무작정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편향된 시각은 자칫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초 단위로 기술 우위를 다투는 글로벌 경쟁 시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미중 양국은 AI 기술 발전을 위해 초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가 스스로 불필요한 규제에 발이 묶여 머뭇거리다간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런 관점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윤리를 포기하자는 말로 왜곡하면 안 된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무작정 위협으로 규정하고 규제 일변도 윤리원칙으로 만드는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번 윤리원칙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자율규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고 이 원칙의 영향력을 낮게 보면 안 된다. 앞으로 마련될 분야별 AI 윤리기준과 정책, 가이드라인들은 이번 AI 윤리원칙을 상위 준거로 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이번 윤리원칙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야마다 다르다. 산업계는 AI 윤리원칙이 향후 세세한 사전 규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눈치다. 시민사회는 AI 영향을 받는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AI 영향에 따른 이의 제기와 피해구제 절차를 원칙에 더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오늘 발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이 더 큰 과제로 남아 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다. 윤리원칙을 만든 궁극적 목표는 AI를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고 규제 테두리 안에 꽁꽁 묶어두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AI가 신뢰 속에서 공존하고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AI 윤리규정이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된다면 인류의 번영을 가로막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 것이다. 어렵게 도출한 AI 윤리원칙은 규제의 명분이 아니라 AI 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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