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加 관세 갈등 파국, 우리도 상황 급변에 대비를
美 관세 50% 폭탄에 加 전쟁 선포
사안별 대응 원칙 정교하게 세우길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협상이 결렬됐다며 지난 22일부터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하키용품 등 2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실상 미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미국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캐나다는 다음 달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미국도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까웠던 이웃이자 동맹이었던 두 나라가 이렇게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사이로 전락한 현실이 당혹스럽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안보와 산업 공급망까지 공유해온 나라다. 캐나다는 미국의 원유, 전력, 천연가스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알루미늄·니켈 등 핵심광물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 공급망도 양국에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런 식으로 캐나다는 상품 수출의 7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한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미국과 캐나다 모두 더 큰 상처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이 이번 사태를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다. 관세를 지렛대로 캐나다의 자동차·철강·농축산물 시장을 더 열고, 생산과 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캐나다가 향후 다른 나라와 체결할 무역협정에까지 미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가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전통적인 동맹도,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도 미국의 이익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대미 협상을 한창 진행 중인 한국의 처지는 복잡하다. 우리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한국산 제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15% 관세가 영구히 보장된 안전판은 아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해 새로운 품목별 관세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첫 투자 사업의 선정과 추진 방식을 놓고도 양국 간 이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양국의 이해를 조율하면서 우리 국익을 최대한 지킬 해법을 민관이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미 대화에 속도를 내는 움직임도 우려스럽다. 북미 대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한국이 배제된 채 북핵·안보 현안과 통상 문제가 한꺼번에 거래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관세협상을 이끌어온 통상교섭본부장이 전격 교체되기까지 했다. 민감한 협상 와중에 지휘부 공백까지 초래한 책임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외교·안보와 통상라인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범정부 협상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에 어디까지 응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 물러설 수 없는지 사안별 원칙도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국익과 실리를 지켜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