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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저탄소 표준 FPSO로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 판 바꾼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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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레비(Philippe Levy) 한화오션 EPU(Energy Plant Unit)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하산 투르크맨(Hasan Turkmen) ABS 극동아시아 사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AIP 수여식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필립 레비(Philippe Levy) 한화오션 EPU(Energy Plant Unit)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하산 투르크맨(Hasan Turkmen) ABS 극동아시아 사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AIP 수여식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오션이 글로벌 선급 인증을 앞세워 해양플랜트 표준화 전략을 저탄소 영역으로 넓힌다.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이 신규 프로젝트 발주 단계에서부터 탄소 감축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번 인증 확보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수주 경쟁에서 차별적 무기가 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저탄소 표준 FPSO 설계 체계에 대해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개념승인(AIP)을 획득했다. 미국 선급 ABS로부터도 AIP를 받은 동시에 프로젝트 지속가능성 실행계획(PSEP)에 대한 증명서(Statement of Fact)까지 함께 확보했다. 저탄소 설계와 지속가능성 실행체계라는 두 축을 나란히 검증받았다는 점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다.

FPSO는 해저 시추구에서 원유나 가스를 끌어올려 정제·저장하고 운반선에 하역하는 기능까지 담당하는 복합 해양 설비다. 심해 유전 개발에 필수적인 설비인 만큼 수주 규모가 척당 수조 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로 꼽힌다. AIP는 새로운 기술이나 설계 개념의 기술적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선급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로, 실제 수주와 건조로 이어지는 사전 관문 역할을 한다.

최근 FPSO 시장의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가격과 공기(工期)가 발주의 최우선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친환경 경쟁력이 프로젝트 낙찰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미국·유럽계 메이저 석유기업 등 주요 발주처가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앞세워 설비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무렵 국제 해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유럽연합(EU)이 배출권거래제(ETS)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도 해양플랜트 발주 조건을 한층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기존에 개발한 표준 FPSO 설계를 토대로, 적용 가능한 저탄소 기술을 체계화하고 프로젝트별 요구에 맞춰 조합할 수 있는 저탄소 표준 FPSO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저탄소 기술을 개별적으로 검토해 적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검증된 기술을 표준화해 여러 프로젝트에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설계 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 리스크 최소화라는 이점을 동시에 안겨준다.

한화오션은 그동안 FPSO 표준화 전략을 꾸준히 밀어붙여 왔다. 2024년에는 서아프리카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 FPSO를 개발해 ABS와 프랑스 선급 BV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올해는 남미 지역에 최적화한 표준 FPSO를 개발해 ABS와 DNV의 인증을 확보했다. 지역별 해양 환경과 규제 특성에 맞춘 표준 설계를 잇달아 완성하며 대응 반경을 넓혀온 셈이다.

이번 AIP는 저탄소 표준 FPSO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 된다. DNV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별 저감 기술을 설계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저탄소 설계 체계를 검증했다. ABS는 탄소 저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지속가능성 목표를 실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이행·관리할 수 있는 실행체계를 확인했다. 특히 PSEP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담당 조직, 성과지표(KPI), 검증 절차 등을 명시해 구체화한 실행체계라는 점에서 발주처 신뢰를 얻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검증된 저탄소 설계와 실행체계를 앞으로 고객사 협의, 입찰, 기본설계(FEED), 프로젝트 수행 전반에 활용할 방침이다. 검증된 저탄소 기술은 재사용 가능한 기술 패키지 형태로 고도화해 프로젝트별 요구사항에 맞게 선택·적용하고, PSEP는 향후 FPSO 프로젝트의 표준 지속가능성 실행 기반으로 삼기로 했다.

한화오션의 이번 행보는 국내외 조선·해양 기업 간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가 크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싱가포르, 중국 업체들이 저가 수주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표준화와 저탄소 기술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기술 우위를 굳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조선업계에서는 심해 유전 개발 재개와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에 힘입어 FPSO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인증은 저탄소 설계와 지속가능성 실행체계라는 두 축을 모두 검증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검증 결과를 프로젝트에 반복 활용할 수 있는 저탄소 기술 패키지와 지속가능성 실행체계로 발전시켜 수주 경쟁력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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