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권 산업용 전기료 최대 10%↓…'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영호남 등 발전설비가 집중된 남부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8원 낮추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설계안을 내놨다. 전력 다소비 공장이 남부권에 들어서면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어 기업의 지방 투자와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지역 분산을 유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남부권은 kWh당 13~18원, 중부권은 10~15원, 수도권 북부는 6~10원 낮아진다. 정부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깝게 해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015760)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설계안을 공개했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이후 2년 2개월 만에 구체적인 지역별 요금체계가 제시됐다.
수도권 남·북부, 중부·남부 4개 광역 구분…균형성장 재반영해 11개 세분화
핵심은 기존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산업용 전력 전체에 적용하며, 산업용은 지난해 기준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한다.
정부는 우선 전력계통을 수도권 남부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구분했다. 수도권 남부는 서울·경기 남부, 수도권 북부는 서울·경기 북부와 인천, 중부권은 강원·충청, 남부권은 경상·전라 지역이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한 4개 권역을 다시 조합해 최종적으로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제주는 전력수급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외한다.
요금은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3요소로 결정한다. 송전망 이용비용 차이로 최대 5원, 광역권별 전력자급률로 최대 8원, 지방우대지수 등 균형성장 요소로 최대 6원가량을 차등 반영한다.
그 결과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과 같거나 kWh당 1원 안팎만 낮아진다. 인천 등이 포함된 수도권 북부는 6~10원, 강원·충청 중부권은 10~15원,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밀집한 경상·전라 남부권은 13~18원 낮아질 전망이다.
가장 저렴한 남부지역은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81.9원에서 약 10%가 내려가는 셈이다. 정부는 요금 인상 없이 비수도권 요금만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감소 규모는 약 2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최종 지역구분에 따라 실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할인 폭이 큰 지역에 전력 다소비 공장이 들어서면 비용 차이도 벌어진다. 최대 할인액인 kWh당 18원을 단순히 적용하면 연간 100GWh를 쓰는 사업장은 약 18억원, 500GWh를 쓰는 대형 사업장은 약 9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연간 소비량이 1TWh인 공장은 최대 180억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 절감액은 사업장의 전력사용량과 최종 지역구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발전 유인·장거리 송전 부담 감소 '일거양득'…기존 지방기업에도 비용절감 효과
정부는 전력이 풍부한 남부지역의 산업용 요금을 낮추면 신규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이 발전지역 가까이 들어설 유인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으로 장거리 송전해야 하는 전력량과 신규 송전망 건설 부담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와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정부의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전기요금은 기업의 입지를 결정하는 새로운 비용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설계안에서 비수도권 전기요금 인하가 첨단산업의 지역 투자를 촉진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지방 기업에도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전력비가 낮아지면 생산원가 부담을 덜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해외에서도 발전과 수요가 지역적으로 나뉜 미국·일본·스웨덴 등이 지역별 도매가격이나 송전망 이용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저렴한 전기요금이 북부지역 철강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전기로 전환에 기여한 사례가 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다만 중부권 등에서는 지역 간 형평성이 변수다. 충청권은 수도권보다 요금이 낮아지지만 남부권과 비교하면 할인 폭이 작다. 같은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인접 권역의 요금 차가 신규 투자 입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광역권 구분에 지방우대지수 등을 추가해 같은 시도 안에서도 행정구역별 요금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업용 소매요금 차등화와 함께 전력 도매시장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각각 다른 거래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가격제를 추진한다. 수요는 비수도권으로, 발전설비는 수요지역 가까이 분산시키는 양방향 가격 신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요금제 시행에는 약 2조 8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역별 도매가격제 도입에 따른 한전의 전력 구입비 절감과 송전비용 세분화, 한전 자체 부담 및 일부 정부 재정지원 등을 조합해 한전의 재무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 다소비 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인해 국가 전체적인 송전망 건설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고, 국가 균형발전과 우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11개 지역의 구체적인 구분과 요금 수준을 확정하고 관련 고시와 전기요금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전력시장 지역별 가격제와 함께 연내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