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산율 높아지고 있지만 너무 잠잠한 인구정책
출생아 수 7년 만에 최대치 기록해
요란했던 대책들 뒷전으로 밀렸나
백약이 무효라던 저출산 문제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4년 만에 0.80명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을 기록한 뒤 0.7명대로 떨어졌는데 4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25만43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000명(6.7%) 증가했는데 출생아 수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더 희망적인 것은 올해 6월과 2·4분기, 상반기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모두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6월 출생아 수는 2만311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15명(15.6%) 증가했다. 월별 출생아 수는 24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7년 만에 0.9명대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생아가 늘어나는 원인은 코로나 엔데믹의 영향이 클 것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결혼을 미룬 사람들이 엔데믹이 되면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일종의 기저효과일 수도 있다. 데이터처는 최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쪽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유야 어떻든 최근 몇년 사이에 출산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근래 출생아 수가 늘고 있다고 해서 저출산 대응정책이 효과를 본다고 해석하는 것도 성급하다. 아직 추세적으로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몇년 후까지 출산율 증가세가 이어지는지 두고봐야 한다.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적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출산율 증가의 전제조건은 결혼 증가다. 결혼을 하려면 청년 취업이 순조로워야 하는데, 현실은 역대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데이터처의 최근 발표를 보면 아이를 낳는 연령대인 30대와 40대의 미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대 미혼율은 54.7%로 절반을 넘고 40대도 21.9%나 된다. 이런 현실을 보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당분간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다시 정체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의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근래 들어 왠지 느슨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곤두박질치자 윤석열 정부는 인구 전담 기구와 직책을 신설하겠다는 등의 요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저출산과 인구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듯 잠잠하기만 하다.
출산율이 회복세를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출산과 인구는 한때 반짝 관심을 갖고 말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들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다. 행여 저출산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예산을 깎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주마가편이라는 말처럼 출산율이 높아질 때 더욱더 분위기를 북돋우고 관련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잠재성장률의 핵심 요소다. 전체 인구가 늘어야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면서 인구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0.8명대의 합계출산율을 회복했다고는 하나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다. 좋아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닌 것이다. 고삐를 바짝 더 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