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없는 만성콩팥병, 당뇨병·고혈압 있다면 정기검진이 답" [Weekend 헬스]
높은 혈당·혈압, 콩팥 망가뜨려 기능 뚝
저염식 등 생활습관 개선이 예방 첫걸음
'콩팥 점수' 60점 미만 땐 전문의 찾아야
2024년 환자 수 35만명…10년새 2배↑
OECD중 증가세 가장 가팔라 '세계 3위'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늘면서 콩팥(신장)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높은 혈당과 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의 미세혈관이 서서히 손상돼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과 남는 수분을 걸러 소변으로 내보내는 몸속 '정수기'다.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고 혈압 조절, 적혈구 생성, 비타민D 활성화에도 관여한다. 만성콩팥병은 이런 콩팥이 손상되거나 기능이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을 말한다.
■ 환자 10년 새 2배…증가율 세계 최고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진료 환자는 2015년 약 17만 명에서 2024년 34만6000여 명으로 최근 10년 새 약 2배 증가했다. 국내 성인의 약 6.3%, 70세 이상에서는 25.9%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 발병률은 2022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360.2명으로 201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증가율이자 세계 3위 수준이다. 투석 환자도 2015년 6만1218명에서 2023년 8만7393명으로 8년 만에 42.7% 늘었다.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연간 2838만원(2021년 기준)으로 단일 질환 중 가장 높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높은 혈당과 혈압이 콩팥의 여과 장치인 사구체를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외에 사구체신염, 다낭성 신질환 같은 유전성 질환, 약물성 신손상, 드물게는 자가면역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최범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은 "콩팥 기능 저하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통해 콩팥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은 간단하게 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해 사구체 여과율을 계산하고, 소변검사로 단백뇨·알부민뇨·혈뇨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이상 소견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지를 관찰해 만성 여부를 판정한다.
특히 콩팥 건강은 '사구체 여과율(eGFR)'을 점수화한 '콩팥 점수'로 확인할 수 있다. 90점 이상이면 정상, 60~89점은 경미한 감소, 30~59점은 중등도 감소, 15~29점은 심각한 감소 단계이며 15점 미만으로 떨어지면 혈액투석·복막투석·이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에 이른다. 2년에 한 번 받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건강검진에서도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기 쉽지만 충분히 쉬어도 계속되는 피로감, 식욕 저하, 메스꺼움, 집중력 저하, 야간뇨 증가, 부종, 거품뇨 등이 나타난다면 콩팥 기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단백뇨는 사구체 여과율 감소보다 먼저 나타나는 초기 신호로, 만성콩팥병을 경고하는 '옐로카드'로 불린다. 호흡곤란, 심한 부종, 구토, 근육경련 등이 동반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 혈액·소변검사로 간단히 확인
치료의 핵심은 손상된 기능을 되돌리기보다 남은 기능을 최대한 오래 지키는 데 있다. 혈압·혈당을 철저히 조절하고 단백뇨를 줄이는 것이 초기 관리의 기본이다. 질환이 진행되면 빈혈·전해질 이상 등 합병증 관리가 추가된다. 신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같은 신대체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식이 관리도 중요하다. 나트륨은 신장 기능 단계에 따라 하루 1000~2300mg 이하로 제한하고, 단백질은 체중 1kg당 0.8g을 넘지 않도록 권고된다. 칼륨이 많은 바나나·오렌지·감 등은 피하고 사과·배·포도 같은 저칼륨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이나 진통제 복용은 오히려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짜게 먹지 않는 식단,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 운동, 금연·금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는 "만성콩팥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받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건강한 일상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