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만도 한국 이불 덮는다"… 부산 국제시장, 침구 명소 우뚝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만 국기·대만어가 간판 곳곳에
소통 가능한 외국 국적자로 고용
방문객 지난해보다 43.9% 늘어
가성비 우수해 해외 선호도 높아

27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 내 이불 가게 간판에 대만어가 써져 있고, 대만 국기가 걸렸다. 사진=백창훈 기자
27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 내 이불 가게 간판에 대만어가 써져 있고, 대만 국기가 걸렸다. 사진=백창훈 기자

27일 오후 부산 중구 국제시장. 피란민의 애환을 느끼기도 전에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수많은 외국인이다. 일명 '부산병' 바람을 타고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제시장을 찾는 다름 아닌 이유는 바로 '이불' 때문이다.

온갖 물건을 파는 국제시장에서 이불 가게 찾기란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다. 간판만 보면 알 수 있다. 상호 옆에 '대만 국기'가 붙은 상점 열에 아홉은 이불 가게다. 간판마다 '台灣客人 特別打折'(대만손님 특별할인) 등의 대만어로 빨간 글씨로 써졌다.

가게 내부도 이불을 사러 온 대만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대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아예 중국계 직원을 쓰기 시작했다. 상인 A씨는 "대만 손님은 점점 느는데, 한국인인 나는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1년 전 대만 국적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며 "그런데 한 명으로는 일손이 부족해 두 달 전 중국계 직원을 아예 정직원으로 뽑았다. 지금은 외국인 직원만 2명이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제시장 내 이불 가게를 대만인들이 찾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몰려들었고, 올해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실제 올 상반기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9% 증가한 242만명이다. 이 중 대만 국적의 외국인은 47만7606명(19.7%)으로 중국(46만7786명)을 제치고 최다 방문 국가로 올라섰다.

이불가게 상인 B씨는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며 "그중 대만인이 90%이고, 나머지는 싱가포르 미국 홍콩 중국 등 국적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대만인들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 일본으로 여행을 많이 갔는데, 요새는 한국을 더 자주 찾는 것 같다. 한국 이불은 대만 이불보다 세탁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K-이불' 사랑은 부산의 국제시장에서뿐 아니라 서울의 광장시장 등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대만인이 한국 이불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불은 디자인이 다양하고, 소재 역시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특히 사시사철 큰 편차 없는 기온을 가진 대만 계절 특성상 이불 하나를 사면 오래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한국 이불을 더 선호한다.

상인 C씨는 "대만인 일행 10명 중 실제 한국 이불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게를 방문하는 이들은 2, 3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관광 목적으로 따라 온 나머지 일행은 호기심에 한국 이불을 샀다가 써본 뒤, 재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부피가 큰 이불을 진공 포장해 항공편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는 것도 대만인의 수요 심리를 자극한다. 실제 이불 가게마다 내부에는 송장 번호와 항공편 정보가 적힌 이불 꾸러미가 목격됐다. 한 상인은 "여기 적힌 글자와 숫자가 대만 주소"라며 " 이불을 곧바로 보내지 않고, 주문량이 쌓이면 한꺼번에 우편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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