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 하이닉스 '2만원 재테크'에 우울증 걸린 '250층' 입주자" 처방전은...[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파이낸셜뉴스] "최근에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셨나요?...당신은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시간을 좀 갖고 균형을 되찾으세요.(I recommend you take some time to rebalance)"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인공지능 E.V.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에게 하는 대사
전 세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인기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대사입니다. 인공지능 E.V.가 범죄 소탕과 정신적 충격 등으로 녹초가 된 스파이더맨의 몸을 스캔하고 이상 징후를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만약 E.V.가 실재한다면 주가 급등락으로 마음 고생이 심한 주식 초보자에게도 위와 유사한 진단을 내릴 것 같습니다. 상당수 초보 투자자가 손실이 난 계좌를 들여다볼 때마다 괜찮아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과의 끊임없는 비교가 우울 증세를 키운다'고 합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이 '끊임없는 비교'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세상은 비교할 대상으로 차고 넘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SNS가 있습니다 .
MDD(Major Depressive Disorder)를 악화시키는 요인? ['남과의 비교' × 'SNS'] 실제 우울증 진단법 중 하나(DSM-5)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울한 기분, 즐거움의 상실 등을 포함한 9개 증상 가운데 5개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면 주요우울장애(MDD, Major Depressive Disorder)를 의심합니다. 심한 변동성 장세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초보 투자자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시각각 스마트폰으로 손실 계좌를 살피다가 결국 남과의 비교로 인한 피로감, 초조함, 과도한 죄책감 등의 증상을 스스로 증폭시킵니다. 이러다 보면 우울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요? 이전 칼럼(3화) 내용 일부를 복습하겠습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슐로모 베나르치의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자주 평가할수록 단기 손실에 민감해져 위험자산을 기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근시안적 손실회피(myopic loss aversion))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잦은 시세 확인은 단기 손실에 대한 심리적 편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조급한 투자 판단과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좀 덜 보고, 주가 조회 주기를 좀 더 늘리면 어떨까요? 예를들어 한 시간, 하루, 일주일을 기존의 '확인 주기'라고 보겠습니다.
이를 한 시간→하루 1회→주 1회→월 1회로 늘려도 도움이 될 겁니다. 심리적 편향으로 인한 잦은 매매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심리적 피로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세 확인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조급한 마음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아서입니다.
빨리 성과를 내서 부자가 되고 싶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조급함을 부릅니다. 원금 회복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기적을 바라고 무리한 베팅(도박에 가까운 투자, 투기)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식 시세는 날씨와 같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날 비가 올까 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날씨를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식 시세는 급변하는 소풍날 날씨와도 같습니다. 날씨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바꿀 수 없는 날씨처럼 내가 어쩔 수 없는 시황과 주가를 바꾸려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날씨는 내 마음대로 못해도, 조급하고 우울한 내 마음만은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DD(%) = (최저점 - 최고점) / 최고점× 100 (고점보다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나타내므로 일반적으로 음수로 표시)
예를 들어 고점이 1억 원이고 이후 6천만 원까지 떨어졌다면 MDD는 -40%입니다. 이 -40%는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닌 '얼마나 견뎌야 했는가(과거에 어느 정도의 하락을 경험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60,000,000-100,000,000)/100,000,000)×100= -40%)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년 전 A 전자 주식을 주당 60,000원에 매수했습니다. 70,000원(보유기간 최고점)까지 상승합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실적 우려로 42,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다시 반등해 지금은 80,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 계좌만 보면 '수익 중'이니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종목의 MDD를 계산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유 기간 중 최고점(70,000원)에서 최저점(42,000원)까지의 낙폭이 바로 MDD입니다.((42,000-70,000)/70,000 = -40%) 결과적으로 지금은 수익 구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금의 평가액이 한때 고점대비 -40% 줄어드는 하락(매수가 대비 -30% 하락)을 견뎌야 했던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때 -40%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존버 정신'일까요? 아니면 '운'일까요? 아니면 진정한 나의 '실력'일까요?" 만약 매수 전 '이 종목은 과거에도 -30~-40%씩 출렁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42,000원으로 주가 하락 시, 공포에 매몰되는 대신 '소풍날 소나기려니' 하고 버텨낼 나름의 심리적 근거가 생겼을 겁니다. 이것이 MDD의 장점입니다.
MDD는 이미 산 주식의 '복기'에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B ETF나 C 반도체처럼 새로 매수를 고민하는 종목이 있다면,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 종목이나 비교하려는 업종·지수의 과거 MDD를 확인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입니다.(그리고 어떤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종목은 최근 3년간 최대 -50%까지 빠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갔다가 실제 -50%를 마주치는 것은 심리적 충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MDD는 지수·ETF투자 시에 더 참고할만 합니다.)
일기예보가 틀릴 수도 있는 것처럼 MDD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MDD는 과거 데이터 기준의 지표입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MDD를 뛰어넘는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MDD 그 자체로는 '회복 기간'에 대한 정보 없이 '하락폭'만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측정 기간'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표들과 같이 살펴보면 좋습니다.
이처럼 MDD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소풍날 날이 맑기를 근거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일기예보(MDD)를 참고하는 게 좋습니다. 과거 MDD를 참고해 감내할 수 있는 손실 범위를 미리 생각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소풍날 몰아친 소나기에 당황하지 않고 지나가길 기다릴 수 있는 것처럼 실제 하락장이 왔을 때 도움이 됩니다.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챙기듯이 MDD는 마음의 우산도 되어 줄 겁니다. MDD와 함께보면 좋을 지표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소개(Sharpe Ratio, Calmar Ratio 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산을 챙긴다고 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비가 올 걸 알면서도 소풍은 갑니다. 우산 없이 무작정 나가는 것과, 우산을 챙기고 나가는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MDD로 낙폭을 가늠하고 마음의 대비를 했다고 해서 위험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대비를 바탕으로 이제는 얼마나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학습의 복리' 과정에서 좀 더 치열하게 사고하고 추론하여 일정 부분 계산된 모험을 단행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하워드 막스가 2001년 *Oaktree 메모의 제목으로 사용한 문구(MassMutual 보험사의 광고 문구)를 전달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Oaktree Capital Management의 공동창업자 하워드 막스(Howard Marks)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투자 철학·시장 전망에 관한 정기적인 글(Memo) )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You Can't Predict. You Can Prepare)"⸺하워드 막스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