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기록 없는데 '종결'… 제주 실종 60대 사건, 상급자 결재도 통과
장씨는 무결재 종결, 60대는 승인 거쳐
허위 통화내용이 결재 단계도 통과
경찰청 31만건 재점검·전국 특별경보
실종사건 종결·감독체계 전면 손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이 경찰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번졌다. 30대 여성 장모씨 사건은 상급자 검토·결재 없이 종결됐고, 60대 남성 사건은 허위 통화 내용이 입력됐는데도 112시스템에서 상급자 결재까지 통과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종사건 종결 때 관리자 승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미 상급자 결재가 있었던 사건에서도 허위종결을 걸러내지 못한 사례가 드러난 만큼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한 객관적 근거 자체를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29일 제주경찰청과 경찰청, 국회 제출자료 등을 종합하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34)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씨(37)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그동안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주장을 유지했지만 경찰이 통신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진술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진술 번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까지 인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씨 사건에서는 신고를 접수한 뒤 종결하기까지 경찰이 확보한 정보와 실제 조치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투숙 숙소를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43분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부 경장은 신고 당일 오후 7시8분부터 8시55분까지 112시스템을 통해 장씨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7차례 조회했다.
그럼에도 오후 9시16분께 장씨와 연락이 됐고 안전하며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끝낸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접수 후 약 2시간30분 만이다.
실제 통신내역에서는 부 경장과 장씨가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실종사건 대응 매뉴얼은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실종자가 대면을 거부하면 영상통화나 가족·보호시설 등을 통한 확인 등 신뢰할 만한 수단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과장·팀장이 범죄 관련성을 판단해 종결이나 추가 수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장씨 사건에서는 이런 상급자 검토·결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산 처리 과정도 수사 대상이다. 부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씨를 관리 대상에서 해제하면서 '교통사고 사상자' 관련 코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자에게는 장씨가 살아 있고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는 사망과 관련된 코드를 이용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발생한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는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제주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은 7월 2일 오후 6시2분 112에 신고됐다.
오후 11시22분 부 경장 계정으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해제' 처리됐고, 16분 뒤인 오후 11시38분에는 112시스템에서 상급자 결재를 거쳐 사건이 최종 종결됐다. 신고 접수부터 약 5시간30분이 걸렸다.
부 경장은 당시 다른 연락처를 확인해 실종자와 통화했으며 당사자가 경찰관과 만나기를 강하게 거부하고 나중에 귀가하겠다는 취지로 시스템에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한 결과 부 경장이 통화했다고 기록한 전화번호는 해당 남성이 사용한 번호가 아니었다. 부 경장과 실종자 사이의 실제 통화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해당 남성이 '소재 발견'된 것으로 처리됐다.
60대 사건의 상급자 결재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경찰 지휘부가 앞서 내놓은 설명과 다르기 때문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경찰 지휘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부 경장이 임의로 사건을 종결했고 팀장·과장 등 상급자가 결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제주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112시스템 자료에서는 상급자의 결재가 확인됐다.
결국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내부 통제의 허점을 보여준다. 장씨 사건에서는 필요한 관리자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60대 사건에서는 상급자 결재가 있었는데도 허위 내용이 걸러지지 않았다.
경찰청이 마련한 재발방지 대책도 이런 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청은 앞으로 전화나 문자만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사건을 끝내는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실제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이나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대면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종결 단계에는 관리자 승인도 강화한다.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실종자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과정, 안전 확인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 등을 점검하도록 시스템을 바꾼다.
다만 이번 60대 사건은 관리자 결재가 존재하더라도 담당자가 입력한 내용 자체가 허위라면 형식적인 승인만으로는 부적절한 종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제도개선의 핵심도 '결재를 몇 단계 거치느냐'보다 실제 통화기록이나 대면 여부, 휴대전화·CCTV·통신자료 등 안전 확인의 근거를 관리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맞춰질 필요성이 커졌다.
수사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해 3월 실종업무를 맡은 이후 모두 298건의 실종신고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은 20여명을 투입해 이 사건들의 당사자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소재와 안전이 실제 확인됐는지를 다시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허위종결 사건은 장씨와 60대 남성 사건 등 2건이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도 오는 11월까지 다시 점검하고 있다. 비대면 방식으로 끝난 사건 등 허위·부적정 종결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선별해 실종자의 실제 안전 여부와 처리 과정을 다시 확인한다.
경찰 지휘라인에 대한 감찰도 진행 중이다. 장씨 사건 당시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4명은 대기발령됐다. 경찰청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느 단계까지 보고됐고 관리자들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지휘·감독 책임을 확인하고 있다.
사태의 파장은 실종업무를 넘어 전국 경찰 조직의 복무기강 문제로도 확대됐다. 경찰청은 제주 실종사건 허위종결을 비롯한 최근 잇단 직무 관련 비위가 이어지자 지난 28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열흘간 전국 경찰관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특별경보 기간에는 부서 회식이 금지되고 음주 자제가 내려졌다. 불요불급한 행사도 연기하거나 열지 않도록 했다.
경찰청과 시도경찰청은 특별경보 기간 중 한 차례 이상 대책회의를 열고, 일선 경찰서와 기동단은 매일 관서장 주관 회의를 진행한다. 집중 감찰도 실시해 의무위반이 발견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자 책임까지 묻기로 했다.
제주 경찰관 실종사건 허위처리 의혹이 전국 경찰의 실종수사 체계와 내부통제, 공직기강까지 다시 점검하는 사태로 확산된 셈이다.
장씨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장씨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목맴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시신의 부패와 부분 백골화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단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타살을 뒷받침할 뚜렷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현장 야자수의 구조와 강도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지난 27일 현장에서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다만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종결과 두 실종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상태는 아니다. 각각의 사망 시점과 원인, 정상적인 실종수사가 진행됐다면 어떤 대응이 가능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별도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부 경장의 허위종결 동기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휴대전화와 경찰 내부 전산자료 등을 분석해 두 사건을 허위로 처리한 이유와 전산기록을 조작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 부 경장을 검찰에 송치하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수사 결과와 확인된 범행 경위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