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으로 열리는 GV90 코치도어의 비밀, '원조' 롤스로이스 추월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GV90 네오룬의 코치도어만 보고 '조선의 롤스로이스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네오룬의 코치도어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한단계 더 진화한 구조입니다. 제네시스의 기술력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자동차 업계가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코치도어에 내린 평가다. 이달 제네시스 브랜드 첫 초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 네오룬이 공개되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때문이다. 차체 중앙 기둥인 B필러를 없애고 앞뒤 문 각각 독립적으로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기존 양산차와는 결이 다른 기술이다.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는 롤스로이스 팬텀·컬리넌의 상징이자 '꿈의 기술'로 불려 왔다.
물론 의문도 꼬리를 문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유격은 없을까, 안전할까, 물은 새지 않을까 등이다. 그럼에도 이를 현실로 구현한 기술력에는 감탄이 뒤따른다. 일각에서는 럭셔리 차 시장의 기술 서열을 흔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게이트'였다.
세계 최초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그동안 양산 코치도어는 B필러가 그대로 남아 뒷문이 열리는 방향만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B필러를 없앤 사례는 차급이 훨씬 작거나 앞문에 비해 뒷문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앞문을 먼저 열어야 뒷문을 열 수 있는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GV90 네오룬은 이 한계를 극복했다. B필러를 없애고 앞뒤 문을 서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여닫는 코치도어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핵심 기술은 '듀얼 모션 힌지'다.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뒷문에 적용된 듀얼 모션 힌지의 슬라이딩과 스윙, 두 가지 움직임을 통해 열리고 닫힌다. 뒷문은 앞문의 개폐 여부와 관계없이 먼저 바깥쪽으로 살짝 슬라이딩한 뒤 부드럽게 회전하며 열린다.
닫을 때는 힌지가 먼저 회전해 문을 닫고, 이어 앞문 쪽으로 수평 이동한다. 뒷문 가장자리와 앞문 뒷면이 단단히 맞물려 겹치는 구조다. 단순해 보이지만 구현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작은 부품 하나가 70kg에 육박하는 뒷문을 흔들림 없이 지지하면서 슬라이딩과 회전을 동시에 만들어 내야 해서다.
제네시스 바디설계실장은 "제네시스는 차량에 탑승하는 첫 순간부터 특별해야 한다"며 "차에 타고 내리는 짧은 순간마저 품격을 높이는 기술이 바로 네오룬 아치 게이트"라고 강조했다.
B필러 역할, 문과 차체 속으로…롤케이지 원리로 차체 강성 확보
B필러가 담당했던 역할은 문 구조 안으로 옮겨졌다. GV90 네오룬 문 내부에는 1.8GPa급 초고강도 스틸 듀얼 빔이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 적용돼 ㎠당 18톤의 하중을 견딘다. 여기에 차체·문을 잇는 래치 4개와 상단 스토퍼, 하단 임팩트 후크를 더해 측면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을 분산·차단한다.
추가적인 차체 강성 확보를 위해 레이스카의 롤케이지 구조를 차용했다. 레이스카는 충돌과 전복의 순간에도 드라이버를 지키기 위해 캐빈을 견고한 골조로 감싼다.
GV90 네오룬은 이 원리를 재해석해 차체 단면 안쪽에 탑승 공간을 감싸는 또 하나의 골격을 세웠다. 스윙도어를 적용한 일반 GV90 차체 강성도 경쟁차를 앞서는 수준이지만 GV90 네오룬은 이보다도 12%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
정숙성과 수밀성능도 과제였다. B필러가 사라진 만큼 움직이는 두 개의 문이 서로 맞닿아 경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네시스는 기존 3중 실링 구조를 네오룬 아치 게이트에도 그대로 구현했다. 앞뒤 문이 만나는 T존에 세 겹의 실링이 층층이 겹쳐 바람과 소음이 파고드는 틈을 막았다. 고무 소재의 복원력을 20% 이상 높인 신규 웨더스트립 소재(EPDM)로 내구성도 보강했다.
안전도 잊지 않았다. 다양한 충돌 상황을 고려한 12개의 첨단 에어백 시스템이 적용됐다. 특히 차량의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는 루프 에어백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으며 주행 중 전복 상황을 감지하면 순식간에 루프 에어백이 펼쳐진다.
GV90 전장은 5285㎜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5205㎜)보다 길고, 벤틀리 벤테이가 EWB(5305㎜)와는 불과 20㎜ 차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5340㎜)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123.5kWh의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됐으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GV90 7인승 기준 500㎞(현대차 연구소 측정 기준)다.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 출력 490kW·최대 토크 800Nm을 확보했다. 350kW급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22분이 걸린다.
판매 가격은 미정이다. 업계는 일반 모델의 시작 가격을 1억 원 중반대로, 코치도어를 적용한 GV90 네오룬과 전 세계 222대 한정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등 최상위 사양은 2억 원 이상, 많게는 2억 원 중반대로 예상한다.
해외 반응도 즉각적이다. 모터트렌드는 듀얼 모션 힌지와 히든 B필러·롤케이지 조합을 두고 제네시스가 캐딜락과 레인지로버, 심지어 롤스로이스까지 정조준했다고 평가했다. 카스쿱은 "코치도어는 콘셉트카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양산 과정에서 사라지는 게 보통인데, 네오룬은 예외"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