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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낙수 시차'…온기 돌기 전 '이자 폭탄' 맞은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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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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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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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 총재가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8.27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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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반도체 호황이 가계 지갑 사정에 본격 반영될 시점은 올해보다 내년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주요 기업 실적은 연달아 신기록을 쓰고 있으나, 직장인 명목임금 상승률은 2분기 오히려 둔화했다.

수출과 기업 실적의 호조가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이익이 IT 대기업 성과급 등 일부 계층에 먼저 반영되면서 반도체와 거리가 먼 업종·계층까지 호황의 온기가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물가와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 소득이 개선되기 전에 시작됐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계는 소득 개선을 충분히 체감하기도 전에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부터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가계 구매력 4% 늘지만…고용 증가 몫 20%도 안 돼

30일 한국은행의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실질노동소득 증가율은 올해 약 1.2%에서 내년 4.0%로 1년 새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시산됐다.

가계 실질노동소득은 취업자 수에 1인당 명목임금을 곱한 뒤 소비자물가로 나눈 값이다. 경기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를 제외하고 가계가 노동을 통해 확보한 구매력 수준을 보여준다.

한은에 따르면 실질노동소득 증가율이 2.8%포인트(p) 치솟는 동안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완만히 늘어날 것(14만→20만 명)으로 예측됐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해 통계에 대입하면 취업자 수 증가율은 올해 0.5%, 내년 0.7% 수준으로 계산된다.

실질노동소득을 쉽게 표현하면 '일하는 사람 수 × 한 사람이 물가 영향을 빼고 번 돈'이다. 내년 이 지표가 4% 증가할 전망인데, 그중 일하는 사람 수가 늘어난 효과는 0.7%p이며, 나머지 3.3%p는 한 사람당 실질 임금이 오른 효과에 해당한다. 내년 구매력 증가분 100원 가운데 18원은 고용 증가, 82원이 임금 상승 몫일 것으로 관측된 셈이다.

특히 IT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이 구매력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 IT 대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특별급여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면서 반대로 "건설업 등 비 IT 부문의 명목임금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매력 발맞춰 소비 늘까…낙수효과 작을수록 서민 타격

반도체 종사자 등 일부 계층의 구매력 향상이 광범위한 소비 증대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2.1%, 내년 2.3%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폭으로 확대될 구매력 증가세(2.8%p)에 비해, 소비 증가율은 0.2%p 상승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수출 수혜가 특정 부문에 집중돼 전반적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혜가 고르지 않게 편중될수록 실제 소비분은 작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낙수의 시차도 관건이다. 구매력 향상이 경제 전반에 확산하는 속도가 늦춰질 경우, 비제조업과 중기·소상공인 등 반도체와 거리가 먼 계층이 일제히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자산 격차뿐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거나 신규 차입이 제한되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기준금리 연속 인상 직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가계 소비로 파급되는 정도가 아직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이익이 우선은 법인세 납부를 통해 국가재정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다음 임직원 성과급, 임금 상승, 설비투자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각기 시차를 두고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화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정부의 소득이 먼저 늘고 취약 가계의 현금 흐름은 늦게 좋아진다면 경제 전체 소득이 많이 증가해도 소비 회복은 고소득층과 일부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며 "금통위가 높은 성장률을 확인하고도 완만한 점도표를 제시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초장부터 금리 인상 속도전…벌써 가계 이자 부담 10조↑

한은은 반도체 낙수 효과가 명확히 가시화하기 전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뒤 이달 재차 3.00%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기를 개시하고 곧바로 다음 회의에서 백투백(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은 금리 중심 통화정책 체계를 도입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인 긴축 초반 속도전은 물가 선제 대응이 목적이었다. 인플레 기대 심리를 초장부터 관리해, 미래에 우려되는 긴축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의 파급 경로마다 시차와 범위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반면 통화정책은 업종·소득 등에 따라 금리를 차등해 매기기가 힘들다. 반도체 수혜가 일부 계층에 제한적으로 반영된 가운데, 금리 인상 충격은 빚을 진 국내 부문 전체를 덮는 불균형한 형국이 됐다.

가계가 부담하는 금리는 실제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올랐다. 7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64%로 한 달 새 0.1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0.07%p 하락한 기업대출과 대비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48%로 2년 8개월 만에,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97%로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신규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12년 5개월 만에 최저(31.9%)로 떨어져, 가계가 과거 긴축기보다 금리 인상에 더 많이 노출될 여지도 생겼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겼다. 그중 가계대출은 1891조 3000억 원으로, 단순 계산 시 연속 금리 인상으로 늘어날 가계 이자 부담만 10조 원에 육박한다.

서 연구원은 "금통위의 정책 목적은 경기 위축보다 물가와 금융 불균형의 선제적 억제로 보인다"며 "다음 금리 결정은 성장률보다 소득 증가가 내수·물가로 전파되는 정도가 관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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