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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6000개 빙하가 녹고 있다…네팔 참사가 드러낸 '히말라야 시한폭탄'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CNN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빠르게 질량 잃어"…한국과 비슷한 면적 덮어
매년 사라지는 얼음, 맨해튼 366m 잠길 규모…빙하·암석 붕괴로 대홍수 촉발

대홍수로 흙탕물 덮친 네팔 누와코트 지역. /사진=연합뉴스
대홍수로 흙탕물 덮친 네팔 누와코트 지역.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고산지대에 흩어져 있는 약 9만6000개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친 대홍수 역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재난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댄 맥그래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2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고산지대에 약 9만6000개의 빙하가 있으며 이들이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면적을 덮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네팔·티베트 접경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최소 682명이 숨지고 약 3000명이 실종됐다. 홍수는 마을과 도로, 교량은 물론 수력발전 시설까지 휩쓸었다. 피해를 본 주민은 9만명을 넘어섰으며 네팔 정부는 복구에 40억~5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매년 아시아 고산지대 빙하에서 사라지는 얼음의 양을 물로 환산하면 미국 뉴욕 맨해튼섬 전체를 약 366m 깊이로 잠기게 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꼭대기 부근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다.

녹아내리는 9만6000개 빙하…현실이 된 '시한폭탄'

대홍수로 네팔을 덮친 홍수. /영상=연합뉴스
대홍수로 네팔을 덮친 홍수. /영상=연합뉴스

이 같은 경고가 주목받는 것은 네팔에서 빙하 붕괴에 따른 대규모 참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진 뒤 계곡과 하천을 따라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최근 집계로 네팔과 티베트에서 6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명이 실종됐다.

CNN이 위성사진과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빙하 일부와 암석이 산비탈에서 떨어져 약 2000m 아래 계곡 방향으로 쏟아졌다. 붕괴 지점부터 하천까지 산비탈에는 폭 약 900m, 길이 약 6.4㎞에 달하는 거대한 흔적이 남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시 관측된 진동도 지진이 아니라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빙하와 암석이 하천으로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물길을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져나가 거대한 홍수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Planet Labs 위성사진에서 대규모 빙하·암석 사태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CNN에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이번 개별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과학자들은 히말라야의 기온 상승이 빙하 뿐 아니라 산악 지형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빙하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영구동토층까지 해빙되면 산비탈의 암석과 토양도 불안정해진다. 빙하 붕괴가 낙석과 산사태, 토석류로 이어지고 다시 하천을 막아 대규모 홍수를 일으키는 '연쇄 재난'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CNN은 히말라야 일대가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빙하의 얼음 손실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전했다.

제이슨 굴리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지질학과 교수는 네팔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치명적인 빙하 관련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위험…홍수 뿐만 아니다

위험은 홍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빙하가 빠르게 녹는 초기에는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이 늘고 빙하호가 커지면서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빙하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 상황이 뒤집힌다.

빙하는 눈과 얼음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천천히 녹여 강으로 흘려보내는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해 왔다. 빙하가 사라진다는 건 건기에 공급할 물도 함께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

결국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너무 많은 물', 장기적으로는 '너무 적은 물'이라는 정반대의 위험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세계기상기구(WMO)도 빙하 소실이 돌발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난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하천 유량과 수자원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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