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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날까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면전환용 北美정상회담 가능성
이란전쟁 수렁 탈출 비장의 카드
김정은, 트럼프와 세번 회동으로
거래의 달인 다루기 노하우 체득
핵공인·유엔제재 해제가 만남 전제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노벨평화상이 목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호텔 회담장 구석에서 보좌진을 제치고 설득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양에서 장장 66시간 동안 4500㎞ 거리인 하노이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존 볼턴 안보보좌관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겠지만 트럼프의 공명심을 역으로 이용하는 협상전략을 다듬었다.

8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1차 회담을 해본 만큼 과시욕이 강한 트럼프를 충분히 유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긴장했다. 반면 3000명의 취재진에 흥분한 트럼프는 기분이 매우 좋고 영광이며 성공을 확신한다고 했다.

북한이 제안한 영변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5건 해제를 교환하는 스몰딜(small deal)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첨단 자본주의 신봉자인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가장 비자본주의 독재자인 김정은과의 회동이 휘발성이 있는 빅뉴스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언제든지 국면전환용으로 사용할 회심의 조커라고 인식했다. 7년 만에 무대에서 숨겨둔 패를 흔들며 게임을 할 시기가 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거래적 대북정책을 시도하는 트럼프의 속셈은 일석삼조 카드다. 첫째, 골칫덩어리이자 지긋지긋한 이란전쟁에서 탈출하는 비장의 카드다. 60일간 14개의 종전안(MOU) 협상은 휴지가 됐다. 이란과는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고 악몽 자체다. 실패한 게임을 감싸고 관심 돌리기 카드가 필요하다. 이란전쟁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시간이 간다. 경제봉쇄는 끝까지 간다. 유가가 불안하고 세계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각국의 몫이다. 마두로 체포에서 하메네이 폭사까지 지도자는 제거했지만 신정체제 테헤란은 장악되지 않았다. 미국 전쟁사에서 잊고 싶은 전쟁이다.

둘째, 미국 유권자의 눈과 귀를 잡는 전략이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이다. 연봉 10만달러의 소득도 녹록지 않은 것이 미국인들의 살림살이다. 외부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해서 선거에서 지지했는데 천문학적인 전비의 대가는 높은 물가상승이다. 중산층의 삶도 팍팍하다. 선거 패배 이후 2년은 가시밭길이다. 선거 국면에서 외교 이슈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동북아의 독재자와 담판으로 위험한 핵을 해결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이란 핵 해결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모면할 수 있다.

셋째, 동맹국 군기 잡기다. 한국은 싸움하는 현장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분풀이 대상이 됐다. 이란전쟁에 함정을 보내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전 세계에서 이란에 함정을 보낸 나라는 없다. 일본조차도 기뢰 제거함인 소해함을 전쟁 종료 후에나 보낼 계획이다.

워싱턴은 서울이 지난해 합의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1년이 지나도 이행하지 않는 '느린 협상가'라고 비하한다. 일본은 5500억달러를 합의하고 일차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국은 발전소 투자 등을 고심하지만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을 요구했다. 경제성 분석을 둘러싸고 양측이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이재명 정부는 당 대표 선거 때문인지 반도체 산업 미래비전 때문인지 호남에 천문학적인 80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자국 투자는 속도전으로 발표하지만 대미 투자는 소식이 없다.

트럼프 복안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달려 있다. 그는 이제 초강대국 미국 최고지도자를 좌지우지하는 갑의 위상이다. 57개의 북 핵무기는 이미 용인되고 있다. 회담 성사의 전제조건은 핵무기 공인과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반대급부의 크기다. 그동안 평양의 목을 조여 왔던 유엔 대북제재의 해제는 기본이 된다. 선거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10월 정상회동인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절대 필요하다.

평양은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까지 받지 않으면 거래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며 워싱턴을 애태울 것이다. 김정은은 세 번의 회동으로 '거래의 기술' 저자인 트럼프 다루기의 노하우를 체득했다. 스톡홀름, 미국 혹은 북한 대사관에서 계약서를 만들지, 정상 간 러브레터로 초안을 잡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주석궁 정보팀 간에 치열한 물밑 공방전이 펼쳐질 것이다. 서울은 대도박 카지노에 입장하지 못하고 밖에서 귀동냥으로 탐문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 세계의 이목이 김정은에게 쏠리는 시간이 다가온다. 혼돈의 시기 한국의 안보와 국익은 어떻게 수호해야 하는지 인공지능(AI)에 물어도 답은 신통치 않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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