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加 관세전쟁에 K-배터리 '긴장'…품목 확대되면 현지 거점 불똥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이어 포스코퓨처엠(003670)·솔루스첨단소재(336370)까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캐나다에 부과한 추가 관세 품목에 배터리는 일단 제외됐지만, 양국 간 관세 보복이 확대될 경우 자칫 배터리까지 포함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보복 관세' 배터리 일단 제외…관세 혜택 사라지면 캐나다 생산 거점 '무용지물'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캐나다산 특정 상품을 상대로 부과한 최대 50% 관세 품목에서 배터리 셀과 양극재·동박 등 배터리 소재는 제외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캐나다 정부가 미국산 주류를 불합리하게 취급한다며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맥주·와인 등 주류와 유제품, 의류, 가구, 스포츠용품 등 20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해당 관세는 당초 법이 정한 30일의 최소 시한을 거쳐 지난 19일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양국 간 협상으로 한 차례 유예됐다가 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 22일부로 발효됐다.
문제는 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50% 관세에 맞서 다음 달 8일부터 철강과 유제품, 전자제품 등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전쟁이 배터리 업계에 민감한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캐나다를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북미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캐나다산 배터리 셀·소재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캐나다와 미국을 사실상 하나로 묶어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셀 이어 양극재·전지박 거점 연내 완공·…"무역분쟁 커지지 않을까 예의주시"
가장 먼저 캐나다 생산 체계를 구축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윈저에 50억 캐나다달러(약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49GWh 규모의 넥스트스타에너지 배터리 셀 공장을 완공했다. 지난해 11월 배터리 셀 양산을 개시해 불과 3개월 만에 누적 생산량 100만 셀을 돌파했다. 지난 6월에는 배터리 팩 생산도 시작했다
현지 법인인 넥스트스타에너지는 2022년 미국·프랑스·이탈리아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법인으로 설립됐으나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로부터 지분 전량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까지 셀 생산 영역을 넓혔다. 현재 넥스트스타에너지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팩은 USMCA 원산지 요건을 충족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 퀘벡주(州) 베캉쿠르에 6억 캐나다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입해 양사 합작법인 얼티엄캠의 양극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10월 연산 약 3만톤 규모로 완공해 1단계 생산 개시하는 게 목표다. 생산된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 공급된다. 미국 오하이오주(州) 워런과 테네시주(州) 스프링힐 소재 얼티엄셀즈 배터리 셀 공장에서 가공돼 GM 전기차에 들어간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캐나다 퀘벡주(州) 그랜비에 7억 6090만 캐나다달러(약 7600억 원)를 들여 전기차·ESS 배터리용 동박(전지박)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12월 완공 시 북미 지역에서 유일한 전지박 생산 거점이 된다. 내년부터 연간 2만 5000톤을 생산하고 향후 6만 3000톤까지 생산 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룩셈부르크 소재 회로박 공장을 매각하고 약 3000억 원의 매각 대금을 캐나다 공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배터리 셀과 소재 등이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미국이 향후 보복 관세 대상을 배터리로 넓히거나 미국·캐나다 동맹 와해에 따라 USMCA 체계가 흔들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캐나다에서 배터리 셀·소재를 생산해 미국 배터리·전기차·ESS 고객사에 공급하는 사업 구조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산 제품을 미국 이외 지역 수출로 돌리고 캐나다 내 증설 투자를 유보하는 등 전략 선회가 불가피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 고객사들이 현지 공급망 확충을 원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탈(脫)중국 공급망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관세 유불리만으로 캐나다 투자의 효용성을 따질 수는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경우 캐나다산 배터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