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10월 본격 시행… 제주 8곳서 43개 읍면동 확대 로드맵
전국은 2013년부터 시범… 10월15일 시행
제주는 지난해 8개 읍면동서 첫 출범
2028~2030년 전 지역 단계 확대 검토
주민총회·참여예산·대표성 새로 설계
오늘 제주연구원서 150여명 정책토론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전국 주민자치회 제도가 13년간의 시범실시를 마치고 오는 10월 지방자치법상 설치·운영 근거를 갖춘 제도로 전환된다. 반면 제주는 지난해에야 8개 읍·면·동에서 첫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이들 지역의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주민총회 권한과 참여예산, 위원 대표성, 사무국 운영까지 제주형 모델을 새로 설계한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제주연구원 3층 윗세오름에서 '제주형 주민자치회 성공적 제도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전문가와 주민대표가 참여해 법제화 이후 제주형 주민자치회의 주요 정책과제를 논의한다. 주민자치위원과 이·통장, 지역리더, 일반 도민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를 이해하려면 전국과 제주의 서로 다른 출발점을 먼저 봐야 한다. 전국에서는 행정안전부가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시작했다. 주민이 읍·면·동 단위의 지역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해결하는 풀뿌리 자치기구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다.
13년간 이어진 시범체계는 올해 법 개정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4월14일 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주민자치회의 설치 등'을 규정한 제17조의2가 신설됐다. 읍·면·동에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 사무 일부를 맡길 수 있는 근거와 행정·재정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새 조항은 오는 10월15일부터 시행된다.
제주의 시간표는 전국보다 늦다. 제주도는 2024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실제 주민자치회가 출범한 곳은 한림읍·이도2동·용담2동·화북동과 성산읍·안덕면·효돈동·동홍동 등 8개 읍·면·동이다. 제주지역 첫 주민자치회다. 공개모집과 추천을 거쳐 331명의 위원이 선발됐고 자치계획 수립과 주민총회, 주민자치센터 운영, 지역 특화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도내 43개 읍·면·동 가운데 8곳만 주민자치회 체제로 운영되고 나머지 35곳은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이름만 바뀌는 조직이 아니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과 지역 현안에 대한 심의·자문 역할에 무게를 뒀다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마을 의제를 발굴해 자치계획을 세우고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구조다. 행정이 맡아온 일부 지역사무를 주민자치회가 수행하거나 주민참여예산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권한의 폭이 넓어진다.
제주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는 이 8곳의 실험을 나머지 35개 읍·면·동에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확산할지다. 제주도가 지난 7월 제주도의회에서 밝힌 구상을 보면 올해 하반기 관련 조례와 지침을 정비하고 시범지역 운영성과와 지역 의견을 토대로 단계적인 확대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8개 시범지역 운영을 이어가면서 2027년 하반기까지 확대 준비를 거쳐 2028~2030년 3개년에 걸쳐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43개 읍·면·동을 어떤 순서로 전환할지까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은 인구와 생활권, 기존 마을조직의 성격이 다르다. 한꺼번에 같은 모델을 적용하기보다 도시와 농어촌 특성을 반영한 유형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대표성은 더 민감한 문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와 예산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수록 '누가 주민을 대표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위원을 공개모집·추첨·추천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선발할지, 연령·성별·지역별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제도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위원 참여의 문턱도 달라진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배포한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전부개정안은 기존 '해당 읍·면·동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없애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 주민에게도 위원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가 이 기준을 실제 조례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주민총회의 권한도 핵심이다. 행안부 참고조례는 주민자치회 운영세칙과 자치계획 등을 주민총회에서 결정하고 주민참여예산과 연계하는 방향을 담았다. 주민들이 선택한 마을사업이 행정기관의 참고 의견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예산편성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제주에서도 주민총회의 결정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주민참여예산 중 어느 정도를 주민자치회와 연결할지가 실질적인 자치 수준을 가를 전망이다.
지난 7월25일 열린 제주시 이도2동 주민총회는 이런 변화를 앞서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도2동은 제주 첫 8개 주민자치회 가운데 한 곳으로 주민들이 직접 모여 지역 현안과 주민제안 사업을 논의했다.
사무국과 운영인력도 풀어야 할 과제다. 주민자치회가 자치계획과 주민총회, 위탁사무, 자체사업까지 맡으면 주민위원들의 자원봉사만으로 조직을 지속하기 어렵다. 행안부 참고조례에는 사무국 설치 근거와 사회적협동조합 등 연계 법인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기존 이·통장과 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조직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하다. 주민자치회가 기존 조직의 역할을 가져갈지, 기능을 나눌지, 공동사업 중심으로 연결할지에 따라 현장의 수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명상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주민자치회 법제화에 따른 주민자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흥주 세종연구원 연구위원, 강철호 이도2동 주민자치회장, 이정석 서귀포시이장협의회 부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변영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이경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과 강창민 제주연구원 부원장도 참석한다.
제주의 주민자치회 실험은 이제 2년차다. 전국이 13년의 시범실시를 끝내고 법률상 제도로 들어가는 시점에 제주는 8개 시범지역의 경험을 43개 읍·면·동에 맞는 제도로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맞았다.
향후 성패는 주민자치회라는 조직을 몇 곳에 설치하느냐보다 주민총회에서 내린 결정이 실제 정책과 예산에 얼마나 반영되고, 주민에게 어느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줄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변영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주민자치회 전환은 빠르게 확대하는 것보다 각 지역의 특성과 기존 공동체를 존중하며 지역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현장 의견을 폭넓게 듣고 제주 실정에 맞는 주민자치회 운영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