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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트럼프'는 기자에 폭언, 진짜 트럼프는 앵커 신고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밀레이 연일 언론에 "쓸모없는 인간배설물" 폭언
학생들 앞 공개연설에서도 "기자 야유 더 세게하라"
언론에 '폭력적 언어' 쏟아내는 밀레이…취임 후 1천회 넘게 공격
한편 트럼프도 NBC 간판 앵커 방송규제 당국에 신고
중간선거 후보 지지 성적 '엇갈렸다' 평가에 발끈한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에는 욕설과 처벌 위협으로 맞선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쓸모없는 인간 배설물"이라는 폭언을 쏟아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중간선거 영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NBC 간판 앵커를 방송 규제기관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

30일(현지시간) 일간 라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언론을 공격하는 SNS 게시물을 올리거나 공유하는데 무려 8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17∼23일 일주일간 언론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335건 공유하고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의 호아킨 모랄레스 솔라 칼럼니스트는 밀레이 대통령의 언론 공격을 '폭력과 분노'로 규정하면서 "그가 취임 이후 언론을 공격하거나 모욕한 사례는 1000회를 넘는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이 언론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표현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쓰레기", "거짓말쟁이", "쓸모없는 인간 배설물" 등 원색적 단어를 동원하는가 하면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자들", "정부 언론 보조금·광고비에 목매는 자들"이라고 기자들을 폄훼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기자들을 충분히 증오하지 않는다(NOLSALP)'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면서 언론이 경제 상황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립 유대계 고등학교 오르트(ORT)에서 발표한 연설 내용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학교 4·5학년(우리나라의 고2·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40분간 '국가정책으로서의 윤리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연설했지만, 정작 연설 내용은 경제와 자유주의 이념, 야권과 언론에 대한 공격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특히 그가 기자들을 언급하는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 동조하는 야유가 나오자, "야유를 더 세게 하면 내가 더 기뻐하겠다"고 부추기기도 했다.

최근엔 경제장관 루이스 카푸토가 '근거 없는 정보'를 보도하는 기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밀레이 대통령이 이를 공개 지지하면서 언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솔라 칼럼니스트는 아르헨티나 언론계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면서도 "언론 보도의 대상인 대통령이 언론인을 '좋은 기자'와 '나쁜 기자'로 판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연합뉴스

한편, 밀레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 방송의 간판 기자 크리스틴 웰커를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신고해 처벌 받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후보 지지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NBC 시사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의 진행자인 웰커를 "한때 위대했던 미트 더 프레스의 인기 없는 진행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웰커가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의 후보 지지 결과가 '엇갈린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 것을 문제 삼으며, "그는 질책이나 처벌을 받도록 FCC에 신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FCC는 미국의 라디오·TV방송에 주파수 면허를 부여하고 감독하는 연방기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웰커뿐 아니라 언론 전반으로 비판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불행히도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급진 좌파 뉴스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괴롭히고 깎아내리고 비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브렌던 카 FCC 위원장과 위원회의 훌륭한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이런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부터 언론을 적극 활용해 이름을 알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갈등을 이어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여러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공영미디어에 대한 연방정부 자금도 삭감하도록 했다. 이에 프랑스 AFP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언론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이끄는 FCC를 통해 방송사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정부가 비판적인 언론사를 상대로 수개월째 압박을 이어가면서 언론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사와 주요 방송 네트워크들은 FCC의 압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하는 정치적 보복"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역시 "FCC는 방송사나 기자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처벌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AFP에 따르면, 2025년 '예일 저널 온 레귤레이션'은 미 연방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미국 법률이 FCC에 논쟁적인 발언을 금지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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