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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6개국, 전기차로 완성차 '진입장벽' 넘는다…"자체 브랜드 잰걸음"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품수 3만→1.2만개로 급감…후발국엔 기회로
베트남·사우디·멕시코 등 6개국 자체 브랜드 추진
충전기 1대당 EV 최대 40대…인프라는 과제로
"부품 공급망 조기 진입…경쟁·협력 전략 병행해야"

전기차 브랜드 BYD 매장에서 이뤄진 전기차 충전 시연 모습. 뉴시스.
전기차 브랜드 BYD 매장에서 이뤄진 전기차 충전 시연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신흥국들이 자체 완성차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부품 수가 기존 3만개에서 1만2000개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완성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다. 강력한 정부 지원과 현지 여건을 활용한 이들 국가의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진·변속기 대신 배터리·전장이 승부처로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현황.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현황.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3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육성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완성차 산업은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력과 방대한 부품 공급망, 생산 역량이 두루 요구돼 신규 진입이 어려운 대표적 기간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은 경쟁력의 핵심 축을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에서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로 옮겨놓았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3만개에 달하는 반면 전기차는 1만2000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원가 구조 변화와 모듈화까지 맞물리면서 후발주자에게 진입 기회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제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각국이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아세안·중동·중남미·유럽·아프리카 등 지역별 대표 사례로 6개국을 꼽았다. 베트남 빈패스트는 모기업 빈그룹의 지원과 등록세 면제 등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판매량이 17만5000대로 전년 대비 약 두 배로 늘었으며, 자국 전기차 시장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PIF)가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설립한 브랜드 시어를 통해 올해 4·4분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인력 양성기관과 부품 합작사 설립 등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멕시코는 정부 주도로 브랜드 올리니아를 출범시켜 735만~1225만원대 저가 차량 개발을 추진 중이고, 브라질은 스타트업 르카가 에탄올 혼용이 가능한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현지 기업 컨소시엄이 설립한 토그가 현지화율을 2023년 51%에서 지난해 75%로 끌어올리며 자국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고, 모로코는 네오모터스의 소형 전기차 '디알-이'가 아프리카 최초로 유럽 승인을 획득했다.

이들 국가는 단순 완성차 생산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다지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빈패스트는 계열 충전업체를 통해 자국 전기차 충전 시장의 85%를 장악하며 자사 차량에만 충전 편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굳혔고, 사우디는 국부펀드가 부품 합작사와 전문 투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해 원료부터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튀르키예 토그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사를 통해 배터리 팩·모듈의 현지 양산까지 개시했으며, 모로코는 세계 최대 수준의 인광석 매장량을 앞세워 배터리 소재 조달 여건까지 갖춰가는 모습이다.

■"가격 경쟁·무역장벽 동시에 커질 것"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기업 육성 방향 요약.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주요 신흥국의 자체 전기차 기업 육성 방향 요약.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보고서는 신흥국들이 낮은 인건비와 현지 특화형 모빌리티 개발 역량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부품 공급망 내재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확충 속도가 시장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과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공용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 대수는 튀르키예 12.0대, 브라질 23.5대, 멕시코 40.6대에 달해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공용 플랫폼 개발과 지역별 조립거점 구축을 통한 생산·물류비 절감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며, 다른 신흥국들도 배터리 공장 구축과 충전망 확충을 정부 차원에서 병행 추진하는 추세다.

동시에 신흥국의 저가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하면 가격 경쟁이 격화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등 무역장벽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튀르키예는 지난해 9월부터 EU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이외 국가산 차량에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총 관세율이 40%에 이른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준하 한자연 기술정책실 선임은 "신흥국의 신규 공급망 진입 초기에 국내 기업이 현지 기업과의 공동개발·합작 등을 통해 협력관계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흥국 로컬 전기차의 부상이 경쟁 구도의 변화인 동시에 새로운 고객·기술협력 시장의 창출을 의미하는 만큼, 공급망 형성 초기 단계에서의 파트너십 선점 여부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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