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종사자들 말고는 지갑 닫은 소비자들
고물가 영향 7월 소비 2.4% 감소
단기 착시 효과에 빠지지 말아야
7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제각각의 흐름을 보였다. 생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소비는 감소하는 등 내수 지표가 악화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6월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늘었던 '트리플 증가' 흐름이 한달 만에 끊긴 것이다. 특히 소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내수와 수출 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어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지수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15.4% 늘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도 4.2%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7.5% 늘어났다. 전달인 6월 6.9% 증가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악화했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4% 감소했다. 음식·숙박, 운수, 금융, 문화 등 서비스 분야의 생산활동을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1.3% 줄었다. 소비는 승용차·가전 등 내구재 소매판매가 급감하는 등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증가한 지 한달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특히 체감경기와 직결된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4년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하며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물가 장기화에 폭염 등 계절 요인까지 겹쳐 서민들이 외식과 나들이를 줄인 데다 주식시장 조정으로 소비심리도 위축된 영향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민간 소비 동력이 꺾인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경기 한파를 고스란히 체감하는 만큼 내수 회복이 시급하다. 특히 지난달 수출이 988억9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 외에는 소비를 안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제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이 -1.1%를 기록하는 등 건설경기 부진도 계속됐다.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건축 수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 동월 대비 34%나 줄었다. 전달에도 28.1%나 감소했었다. 건설업은 자재·장비, 현장 인력 고용, 지역 골목상권과 직접 연결되는 대표적 내수산업이다. 건설업 부진이 민간 소비 위축과 함께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인 것이다.
설비투자 증가 역시 항공기·선박 등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 도입과 반도체 기계류 투자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전반적인 제조업·경기 반등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투자 증가가 향후 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에 가려진 단기 성과의 착시에 빠지지 말고 취약계층·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과 실질적인 소비 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골목상권의 자생력을 살려낼 대책도 필요하다. 반도체·조선 등 일부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조가 경제 전반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수출 대기업이 벌어들인 온기가 하청·협력업체와 고용, 가계소득으로 퍼져나가도록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