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K-OTT '티빙'의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김성환 문화스포츠부장
김성환 문화스포츠부장

외산에 치여온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최근까지 선방해온 CJ ENM의 티빙(TVING)에서 찾아보자. 한동안 티빙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말은 '적자'였다. 콘텐츠를 만들고, 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이고,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썼지만 언제까지 이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맞붙기에는 체급 차이도 컸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티빙은 올해 2·4분기 매출 1407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분기 흑자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티빙의 흥행 요인을 한가지 만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KBO 리그를 끌어들이며 인기몰이를 했고, 오리지널 콘텐츠 또한 힘을 발휘하면서 구독자와 월간활성이용자(MAU)가 늘었다. CJ ENM 전체에서도 티빙의 존재감은 커졌다. 2분기 CJ ENM 영업이익은 3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증가했고, 티빙이 포함된 미디어플랫폼 부문도 110억원의 이익을 냈다. 글로벌 OTT 공룡에 맞서기 위해 웨이브와의 합병에 속도를 내기에도 괜찮은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티빙의 반등을 설명하면서 KBO를 빼놓을 수 없다. 티빙이 끌어들인 KBO 콘텐츠는 기존 예상과는 다른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야구는 경기가 열리는 그 시간에 봐야 하는 '본방 사수형' 콘텐츠다. 티빙이 KBO 리그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단순 시청시간이 아니었다. 사람을 특정 시간에 플랫폼으로 불러오는 힘이다. 특히 플랫폼 안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는데 주효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다. 티빙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취사병 전설이 되다'와 '유미의 세포들3' 등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스포츠와 콘텐츠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맞물린 것이다.

CJ ENM은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입어 지난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콘텐츠아시아 어워즈 2026'에서 모두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금상 2개, 은상 1개, 동상 3개다. '아이 엠 복서'가 아시아 제작 최우수 오리지널 리얼리티 프로그램 금상을 받았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이 최우수 여자배우 금상을 받았다.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의 김유정은 같은 여자배우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폭군의 셰프', '스프링 피버'도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6관왕'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여러 콘텐츠가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티빙의 이런 흥행 가도는 올초 해킹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린 상태다. 고객 아이디와 이름, 생년월일, 연계정보(CI),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며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 관계기관은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이행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결과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등은 이제 흑자로 돌아선 티빙에게는 막대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언론에 여러 차례 나온 피해 이용자 규모는 약 1953만명 수준이다. 이는 중복 계정 등을 제거한 결과다. 다만 조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중복계정을 합친 숫자가 함께 나올 경우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간의 여러 유출 사고와 비교해 사업의 성격을 배제하고 단순히 규모만으로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약 800만 MAU의 이용자를 보유한 티빙에 사실상 더 큰 낙인만 지우는 일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과도하게 엄정한 처분이 관련 산업 자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K-OTT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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