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직접 키우지 못한 아들…우유 사준 것이 마지막 기억" [잃어버린 가족찾기]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길임씨 40여년간 아들 황성윤씨 찾아
전남편은 "다른곳 보내" "집 나가" 번복
오른쪽 코에 사마귀…"생사만 알았으면"

"직접 키우지 못한 아들…우유 사준 것이 마지막 기억" [잃어버린 가족찾기]
황성윤씨(아래쪽은 현재 추정 모습)
황성윤씨(아래쪽은 현재 추정 모습)

"아이가 잘 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믿었던 게 잘못인 것 같아요."

김길임씨는 44년 전 사라진 외동아들 황성윤씨(현재 나이 52)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과 연락이 끊긴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김씨는 단 하루도 성윤씨를 마음에서 지운 적이 없다. 이제는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성윤씨는 만 8살이던 1982년 11월 1일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김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연락이 끊겼다. 김씨가 1981년 이혼한 이후 성윤씨는 아버지 황모씨와 함께 지냈다.

김씨는 성윤씨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아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전 남편의 집을 수소문해 성윤씨를 만났다.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자 성윤씨는 우유가 먹고 싶다고 했고, 김씨는 인근 가게에서 우유를 사줬다. 당시 가게 주인은 성윤씨가 아버지에게 얻어 맞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성윤씨를 집으로 데려가 무릎에 눕혀 재웠다. 그때 성윤씨는 "아버지가 딸이 더 좋다고 하고 아들은 필요 없다고 했다"며 자신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한다. 김씨에게 가지 말라며 붙잡기도 했다. 김씨 역시 아들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다음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뒤 성윤씨를 전 남편에게 맡기고 돌아섰다.

김씨는 "아들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당시 남의 식당에서 설거지하며 숙식 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식당 주인에게 데려와도 되냐고 물으니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다'며 데려오지 말라고 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끝에 성윤씨를 데려와 함께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며칠 뒤 다시 전 남편의 집을 찾았지만 집은 이미 이사를 가고 비어 있는 상태였다.

김씨는 그날부터 성윤씨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 남편 측은 성윤씨가 집을 나갔다거나 다른 집으로 보냈다는 등 말을 번번이 바꿨다. 이후에는 성윤씨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행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현재는 전 남편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김씨는 직접 아들을 찾고 싶었지만 거동이 어려운 탓에 적극적인 수색에 나서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단 같은 걸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몰라 해보지도 못했다"며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은데 그걸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기억 속 성윤씨는 말도 야무지게 잘하는 영리한 아이였다. 오른쪽 코에 사마귀가 있고, 왼쪽 이마에는 연탄집게에 찍힌 흉터가 남아 있다.

김씨는 그런 아들을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 그는 "아들에게 직접 기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며 "만날 수 있다면 함께 밥이나 한 끼 먹고 싶고 만나기 어렵다면 살아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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