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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예산 22조원 역대 최대...농특세 호조에 '묵은 빚' 3조 털었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년比 10.4% 증가… 농지·농안·FTA 합쳐 '6.3조 농업발전기금' 신설
공익직불 3조·농어촌기본소득 35개 군 확대… 공동영농 732억 투입
전체 국가 예산 대비 비중은 3.7%로 정체… "식량안보 가치 소외" 지적도

농업예산 22조원 역대 최대...농특세 호조에 '묵은 빚' 3조 털었다

2027년도 농식품부 예산안
구분 예산안
2027년도 농식품부 예산안 22조2215억원(증가액 2조853억원, 증가율 10.4%)
농업발전기금(농지관리, 농산물가격안정, FTA 기금 통합) 신규 설치 6조3000억원
주요 예산안
공익직불 확대(기본형 직불 비진흥 밭 지원단가 25% 수준 인상, 전략작물 단가 인상 및 품목 추가) 3조615억원
농산물가격안정제 91억원
공동영농 확산(6개소→36) 732억원
산란계 케이지 신증축 지원 3000억원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1조1658억원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출연 2000억원
(농식품부)

내년도 농림축산식품 예산안이 2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전년 대비 2조원 이상 늘었다. 농가 소득 안전망 구축과 농촌소멸 위기 대응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급증한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활용해 그간 적자에 시달리던 3개 기금을 통합하고, 누적된 빚 3조원을 전액 상환하는 재정 개편도 단행했다. 다만,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대에 머물러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이 22조2215억이라고 밝혔다. 농어촌기본소득 등 미래대응기금에 편성된 사업도 더한 규모다. 올해 20조1362억원 대비 2조853억원, 10.4% 늘었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다. 전년 대비 늘어난 예산 순증액만 해도 단일 사업 중 규모가 큰 '기본형 직불'(2조5215억원) 사업 규모와 맞먹는다. 농식품부 예산은 2024년과 지난해 18조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처음 2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내년 예산이 크게 뛴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전체 세수 확대 및 증시 활성화로 인한 농특세 급증이 자리잡고 있다. 농특세는 지난 7월 누적 12조9876억원 걷혀 전년동기(4조6376억원) 대비 180.1%가 늘었다. 올해 농특세수는 18조5000억원, 내년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고스란히 농업 재원에 쓰인다. 정부는 농특세를 활용해 소관 7개 기금 중 △농지관리 △농산물가격안정 △자유무역협정(FTA) △축산발전 등 4개 기금에 누적된 채무 성격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 잔액'인 3조100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기금의 모든 빚을 탕감한 셈이다.

농지관리, 농산물가격안정, FTA 3개 기금을 합쳐 농업발전기금(가칭)으로 내년 1월 출범한다. 6조3000억원 지출 규모 기금이 새로 생겨 농업 관련 기금은 기존 7개에서 5개로 줄어든다. 농업발전기금이 신설되면 기금 간 칸막이가 낮아져 재정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행 재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금 내 농특세가 들어오는 농특회계로부터의 전입금 근거를 신설해 결손이 반복되던 구조적 부실을 끊어낸다는 방침이다. 공자기금 채무를 상환해 지출 여력은 키우고 농특세 전입으로 수입도 개선한 셈이다.

홍인기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통합 대상 기금들은 농특회계에서 전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그동안 자체 재원으로만 운영돼 왔다"며 "매년 부족한 재원을 공자기금에서 빌려오다 보니 이자 부담 때문에 사업 지출을 늘리기 힘든 구조였는데, 이번에 채무를 전액 정리하면서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 주요 사업별로는 농업 분야에서 '공동영농', 농촌 분야에서 '농어촌기본소득 확대'가 핵심 과제로 추진된다.

공동영농은 마을 단위 소규모·고령 농가들이 영농활동을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농업법인 중심으로 농지를 묶어 경작·생산·유통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모델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극복하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내년부터 시설·장비 구축 등에 732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현재 6개소인 공동영농법인을 내년 36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농가소득 안전망도 강화된다. 농산물 시세 급락 시 기준가격과의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91억원)'가 처음 도입됐다. 공익직불 예산이 3조615억원으로 커진다. 밭 비진흥지역 단가를 인상하고 전략작물 및 친환경농업 직불 지원을 강화해서다. 가입이 어려운 작물을 위한 '농작물 준보험(77억원)'도 신규 도입된다.

농어촌기본소득 대상지는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부터 35개군으로 18개 군이 신규 확대된다. 지자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비 보조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기업 참여가 저조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는 정부가 직접 2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다만, 농업 예산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 재정에서의 상대적 지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도 국가 전체 총지출 예산(820조9000억원) 중 범부처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30조7000억원으로 약 3.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예산 비중(3.8%)과 비교해 오히려 소폭 하락하거나 정체된 수준이다.

김윤식 경상국립대 교수(한국농업경제학회장)는 "학계에서는 식량안보와 다원적 가치를 고려해 국가 예산 중 농업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며 "1980년 쌀 파동 이후 채소류 가격 불안정은 계속됐지만 근래 심각한 식량위기를 직접 겪지 않다 보니 국가적 현안 우선순위에서 농업이 밀리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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