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과 무정차가 남긴 출근길 잔혹사…전장연 시위 중단이 던진 숙제
4년 8개월 시위 중단…남겨진 사법 후폭풍 통행권·이동권 충돌, 처벌만으론 못 푼 갈등 전문가들 "상설 협의체 신설 필요" 조언
[파이낸셜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4년 8개월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수년간 이어져 온 출퇴근길 대치 국면이 전환점을 맞았다. 정치권의 조례 제정 약속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수년간 누적된 법적·사회적 갈등과 형사처벌 등 후폭풍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사태가 대화로 선회한 배경에는 기존의 강경 대응만으로는 상황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반성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경찰과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의 고강도 차단 대책과 법적 대응이 이어졌지만, 이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어내기보다 대립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와 공사는 주요 거점역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열차 지연 시 즉시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는 대책으로 맞섰다.
여기에 더해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시위 현장에서의 즉시 체포와 강제 퇴거 조치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이 같은 겹겹의 압박책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수년간 계속되며 시민들의 불편과 양측의 대치만 길어졌다.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적 저지만으로는 이동권과 통행권이 팽팽히 대립하는 기본권 충돌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대치가 장기화된 근본 원인으로는 서로 다른 법익의 극단적 상충과 정부·정치권의 갈등 관리 실패가 지목된다. 전장연 측은 이동권이 교육·노동 등 모든 기본권 행사의 전제 조건임을 내세운 반면, 당국과 일반 시민들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과 제14조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반발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과 제도 개선이라는 근본적 해법을 내놓기보다 시민과의 대립 구도를 방치하고 사법적 처벌에만 의존하다 보니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시위 현장에 적용된 엄격한 사법적 잣대가 사법 처리의 후폭풍을 남기며 갈등 생태계를 고착화한 점도 문제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법부는 휠체어로 출입문을 막거나 열차 탑승을 지연시킨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와 전차교통방해죄(형법 제186조)를 적용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연이어 선고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는 등 법원은 수단의 정당성을 결여한 집회라고 판시했으나, 전장연 측은 수십 년간 외면받아 온 권리를 알리기 위한 정당한 저항권이라 반발하며 사법적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위 중단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입법과 예산의 의무 지출화, 상설 협의체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사법부의 처벌에만 의존해서는 구조적인 복지 예산 갈등이나 기본권 충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라는 사법적 잣대만으로는 구조적인 기본권 충돌을 해결하기 힘들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통해 법적으로 명시된 권리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할 때 비로소 일상의 평온과 권리 보장이 양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