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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세계해양경영, 때가 왔다

파이낸셜뉴스
임기택 유엔국제해사기구 명예사무총장
임기택 유엔국제해사기구 명예사무총장

세계의 바다가 시끄럽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흑해 선박 운항이 제약받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이은 후티 세력의 공격으로 홍해 항로가 위협받았다. 최근에는 호르무즈해협 통제 우려까지 더해지며 국제 해운과 공급망은 물론 선원들의 안위까지 위협받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 해양질서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쇠락이다. 그러나 바다가 혼란스러울수록 세계해양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세계해양경영이란 해양시장 참여를 넘어 국제 해양규범과 질서 형성을 주도하는 국가전략을 뜻한다. 글로벌 해양질서 급변은 위기이자, 새로운 역할과 시장을 열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세계해양경영에 나설 훌륭한 자산을 갖추고 있다. 조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제 지배선대는 세계 4위 수준이다. 부산항은 환적화물 기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수산업의 기술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해운·항만·조선·기자재·수산은 물론 해양교육·연구기관까지 부산·울산·경남에 집적돼 있다. 상하이는 지난 20여년간 항만을 중심으로 해운·조선·금융·보험·중개·해사법률·연구교육 기능을 집적하며 세계적 해양거점으로 성장했다. 부울경 역시 싱가포르·상하이·로테르담과 어깨를 겨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해양수산부가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해수부 출범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던 해양행정을 통합한 과감한 국가해양전략이었다. 2008년 해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2013년 부활했고 이제 서른살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해운·항만·수산·해양환경 등 광범위한 해양정책을 하나의 부처가 통합적으로 다루는 행정체제는 흔치 않다.

이러한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정책이 해양산업 현장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30년 전 해수부 출범이 해양행정의 통합이었다면, 해수부 부산 이전은 정책·산업·연구·인재의 공간적 통합을 의미한다. 이 공간적 통합이 완성되는 시점에 마침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를 단기적 상업 이익을 넘어선 'Polar Silk Road'라는 장기 국가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부울경은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고 그 기회를 선점할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계해양경영이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무대에서 해양규범·표준·정책 형성을 선도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국제적 안목,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소통과 협상 능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30년간 해수부와 관련 기관의 국제기구 활동과 국제해양규범 형성 참여 역량도 크게 높아졌다. 이제는 단순 참여를 넘어 국제적 의제를 제시하고 조정하는 글로벌 리더십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서른살이 된 해수부는 부울경의 세계적 해양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민·관·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부울경을 해운·항만·조선·수산을 망라하는 세계적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고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해양경영을 통해 'K-Ocean 2050'을 향해 힘차게 닻을 올릴 때가 왔다.

■약력 △국토해양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제4대 부산항만공사 사장 △제9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임기택 유엔국제해사기구 명예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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