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희망고문 끝낸다… 새만금 개발 15년 단축 ‘승부수’ [‘새만금 개발’ 다시 속도]
계획안 변경 ‘2035년 완공’ 목표
매립면적 30% 줄이고 산단 2배로
규모보다 내실 ‘선택과 집중’
공공주도로 전환해 실행력 박차
주민의견 수렴해 10월 계획확정
현대차 9兆 투자에 용지전환 화답
‘세제 파격지원’ 메가특구 추진
공항·철도 등 인프라 조기 확충
배수갑문 늘려 홍수대비·수질개선
수변도시 등 하반기에 후속분양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새만금 개발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수십 년간 사업 지연과 계획 변경을 반복해온 새만금 개발의 '희망고문'을 끝내기 위해 정부가 개발 면적을 줄이는 대신 사업 완료 시점을 15년 앞당기는 새 계획을 내놨다. 민간 투자유치 중심에서 공공 주도 개발로 전환하고, 산업용지를 대폭 늘려 기업 투자와 지역 산업을 중심으로 개발 축을 다시 짜는 것이 핵심이다.
1일 새만금개발청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새만금 기본계획은 새만금사업법에 따라 수립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사업 목표와 토지 이용, 기반시설 등 새만금 개발의 큰 틀을 정하는 종합계획이다. 이번 변경안은 개발 방식과 용지 체계를 조정하고 지역·산업 중심 성장전략으로 재편해 사업 실행력을 높이고 개발 시기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립면적 30% 줄이자
변경안의 핵심은 개발 규모를 현실화하는 대신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민간 투자유치 방식을 공공주도 개발로 전환한다.
오는 2050년까지 매립 부지 240.5㎢를 조성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2035년까지 169.6㎢(-30%) 조성으로 바꿨다. 새만금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매립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에 수요에 따라 복합개발 할 수 있는 전략적 유보지 12.2㎢를 설정해 전체 매립 면적은 181.8㎢로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이 사용할 산업용지는 크게 늘린다. 매립 부지에서 공장이나 연구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산업용지는 37.5㎢다. 기존 12.1㎢ 대비 2.1배 늘렸다. 현재 1산단 중심 산업 거점을 4개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수심이 깊어 매립 비용이 많이 들거나 소음 등으로 토지 활용에 제약이 있는 지역은 매립하지 않고 에너지용지로 전환하는 등 체계를 손본다. 10년 내 토지 공급이 필요한 부지는 집중 개발하고, 기업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용지를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36년 희망고문 끝날까
새만금 개발 사업은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처음 제시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1989년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으면 2004년 모든 사업이 마무리됐어야 한다. 하지만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36년 동안 새만금 사업은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사업이 없었다면 전북이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원망 섞인 평가도 나온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새만금 개발 완성을 외쳤고, 모든 관심을 새만금이 가져가며 참신하고 획기적인 공약은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윤석열 정부에 시작된 기본계획 변경을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수립했다. 변경안에 대해 지역에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사업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땅 크기보다 새로 확보한 땅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대차 투자와 기업 지원
새만금에 들어설 4개 산업 거점은 지역과 연계해 주변 도시에 배치했다.
1산단 로봇·인공지능(AI) 산업, 2산단 지역특화 첨단 기계산업, 3산단 수소 특화산업, 4산단 RE100 전후방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 1산단은 현대자동차그룹 투자 산업 연계, 2산단 지역 전략산업인 첨단 농기계 산업 연계, 3산단은 부안 수소도시·신재생에너지산단 연계, 산단 주변 에너지용지와 연계 방식이다.
정부는 농업용지 3공구를 에너지용지로 전환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도 변경안에 담았다. 특정 기업의 투자에 맞춰 토지 용도와 기반시설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동안 새만금이 국내 대기업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여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어려운 결단과 과감한 선택에 정부가 지원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새만금에 9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 2월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현대차그룹과 정부 5개 부처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수소AI 도시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정부 부처, 광역지자체, 민간기업이 단일 투자 건에 공동 서명한 이례적 사례다.
현대차 새만금 투자 핵심인 로봇 제조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1산단 7공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에너지용지로 전환한 농업용지 3공구는 육상태양광 부지로 제공하고, 현대차는 여기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소 생산시설 등에 공급한다.
첨단산업 거점 육성을 위해 법인세와 관세 감면 같은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새만금이 글로벌 수준 규제 혁신 거점으로 도약하도록 메가특구(정부일괄지원) 지정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확대(7→10GW)해 세금 감면 등 혜택이 있는 RE100산단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1산단(3·7·8공구)과 3산단(부안지역)을 RE100 산단으로 지정하고, 장기적으로 새만금 산단 전체(4곳)를 RE100 산단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3산단에서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레저용지(일부)를 산업용지로 바꾸고 인근 태양광·수소 시설과 연계해 수소특화 산단으로 개발해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바다 위에 지어질 도시 '분양 시작'
새만금에는 시민들이 거주할 도시도 들어선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수변도시 후속 분양을 앞두고 있다. 경쟁 입찰 방식으로 공급하는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 35개 필지(1만8763㎡)와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10개 필지(4742㎡)가 대상이다.
앞서 공사는 수변도시 4공구 부지 조성 공사 본격 착수를 위한 우선 시공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공사비 698억원 규모로 수변도시 하수처리시설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해 선행하는 사업이다.
새만금수변도시 통합계획은 새만금 제2권역에 6.25㎢ 크기로 두바이 형태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까지 진행한다. 계획인구는 3만9000명이지만 개발유보로 1만8000을 뺀 2만1000명이 우선 목표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올해 하반기 후속 분양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공급된 택지는 단독주택용지 67필지와 근린생활시설용지 2필지 등 69필지였다. 분양공고 한 달 만에 41대 1의 경쟁률로 완판됐다. 가격은 입지에 따라 3.3㎡당 192만~204만원으로 평균 200만원 수준이었고, 근린생활시설용지는 242만원에 낙찰됐다.
■공항 2030년·철도 2033년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시설 조성도 병행한다. 주요 간선도로인 남북3축 도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전타당성조사를 거쳐 2030년 착공할 예정이다. 2산단과 주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도 보강한다. 새만금국제공항은 2030년, 인입철도는 2033년, 새만금항신항은 2040년 완료를 목표로 한다.
환경도 챙긴다.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구역 등은 환경생태용지 위치와 면적을 조정해 개발에 따른 훼손을 줄인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건물·에너지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같은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새만금호 수질개선과 홍수 예방을 위해 배수갑문을 증설하고 이와 연계한 조력 발전시설 설치도 추진한다.
새만금청은 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관계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하고 새만금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까지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듣고, 매립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라며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고, 기업이 새만금에 계속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