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종자 수색 등 전문성 갖춘 탐정… 관련법은 '걸음마'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산 연제구 '김전일탐정사무소'
법 규정 없어 애매한 경계에 불만
특수경호사 등 각종 자격증 취득
탐정업 인식 변화로 종사자 늘어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김전일탐정사무소에서 과거 탐문에 사용했던 장비들이 나열돼 있다. 사진=백창훈 기자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김전일탐정사무소에서 과거 탐문에 사용했던 장비들이 나열돼 있다. 사진=백창훈 기자

"실종 신고하러 경찰에 갔다가 '탐정에 의뢰해보라'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탐정 사무소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1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근처 '김전일탐정사무소' 내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포카메라와 무전기, 카메라가 내장된 안경과 볼펜 등 탐문에 필요한 물품이 나열돼 있다. 변장에 쓰이는 작업복과 배달 조끼 등도 옷걸이에 걸려 있다.

정기원 사설탐정사(36)는 혹시 모를 비상 사태에 대비해 과거에 사용했다는 삼단봉을 보여주며 "보이는 물품들은 탐문할 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은 휴대폰 성능이 워낙 좋아 휴대전화 하나로 의뢰인이 맡긴 사건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해당 탐정사무소는 제주를 포함한 서울과 창원에 지사를 각각 뒀는데, 현직 경찰관이 실종신고를 허위종결한 뒤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 장모씨 사건이 발생한 제주 지사 사무실로 '사람을 찾고 싶다'는 문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정 탐정은 설명했다.

그는 "대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사무실 번호를 보고 의뢰인들이 연락주신다"며 "일반인에게 탐정 직업은 낯설다 보니 번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사무소로 오게끔 한다. 예전에는 탐정 용어를 쓸 수 없어 흥신소 등으로 불렸는데, 점차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며 사설탐정을 향한 관심이 커진다. 2008년 현행법 개정으로 '탐정'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민간 자격에 머무르고, 세세한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업계에서는 불법과 합법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탐정의 수사력은 경찰 못지않다. 정 탐정사는 30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 의뢰인의 요청을 받아 한국에 있는 친언니를 찾았고, 둘은 상봉했다. 한국전쟁 도중 헤어진 피란민의 이산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탐정사들은 각종 자격도 갖춘다. 한국공인탐정협회(PIA)는 특수경호사나 도감청탐색사 등 자격증을 발급한다. 탐문 방식 역시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다. PIA 홈페이지를 보면 가출 조사를 할 때 경찰 또는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과 긴밀히 협조하거나 외국인일 경우 출입국 관리소와 협조해야 한다고 소개돼 있다.

탐정업의 인식 변화와 함께 종사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2020년 179명에서 2021년 289명, 2022년 362명, 2023년 360명, 2024년 539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탐정 관련 민간 자격은 135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탐정업의 법적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탐정에 대한 국가자격제도가 규정돼 있다. 탐정업에 관한 관리·감독과 불법 행위 시 처벌 규정도 들어있다. 그러나 법안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우리나라만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email protected] 백창훈 기자


#국가통계포털 #한국직업능력연구원 #탐정 #부산지방법원 #김전일탐정사무소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