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이기려고만 하지 마세요"...개그맨 장용이 던진 인생 질문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기려고만 하지 마세요"...개그맨 장용이 던진 인생 질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가위바위보협회 이사장직을 맡을 만큼 가위바위보에 진심인 희극인 장용이 첫 에세이 '손안에 삶이 있습니다'를 펴냈다.

사람들은 승리를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하곤 한다. 남을 이겨야 행복해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빨리 가고,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매번 승리를 거머쥔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오랜 시간 가위바위보를 연구해 온 장용은 무수히 겨뤄온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승리의 경험을 아무리 촘촘히 채워 넣어도 반드시 행복한 삶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가위, 바위, 보라는 세 가지 패의 순환 속에서 찾은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 저자 역시 운명을 바꿔보려 여러 패를 삶에 들이밀었지만, 숱한 패배 끝에 얻은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이 책이 주목하는 핵심은 '비김'이다. 비김은 패배나 포기가 아니다. 내 패만 정답이라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상대의 패를 인정해 주는 것, 서로 다른 존재가 균형을 이루며 다음 기회를 만드는 성숙한 관계의 기술이다. 저자는 무한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가위바위보의 세 가지 패가 건네는 다정한 위로와 인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전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너무 오래 승리만 공부해 왔는지 모른다"며 "성공학은 넘쳐 나지만 무승부학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어 "돌아보면 우리 인생은 승리보다 무승부에 더 가까웠다"며 "가족, 직장, 친구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를 이기려 하면 안 된다. 서로를 인정하며 다시 만날 다음날을 기약할 수 있을 때 그 관계는 비로소 지켜지고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홍어 삼합에 빗대기도 한다. 저자는 "사람과의 관계도 어쩌면 비슷하다"며 "처음 만나면 낯설고 부딪히고 오해하지만, 그 불편한 시간을 함께 견뎌 내면 관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가 겪는 갈등의 시간은 서로를 무너뜨리는 부패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는 발효의 시간일지도 모른다"며 "홍어가 시간을 견디며 제맛을 얻듯 사람도 시간을 통과하며 깊어진다"고 전한다.

가위바위보의 본질에 대한 통찰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가위바위보의 목적은 애초에 승리가 아니다"며 "실제로는 승부를 빨리 끝내는 장치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이어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그래서 가위바위보에는 앙금이 오래 남지 않는다. 한 판이 끝나면 웃고, 다시 다음 판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가위바위보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며 "이 단순한 놀이의 핵심은 힘의 우열이 아니라 순환의 질서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가위가 물러나면 바위가 등장하고, 바위가 물러나면 보가 자리를 채우듯, 이기고 지는 게 끝이 아니라 다음 차례를 부르는 신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저자 장용은 희극인이자 MC, 시인이다. 서울예술대학 연극연출과를 졸업하고 MBC 개그맨 콘테스트로 데뷔했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코너 '장용의 단결, 필승, 충성'을 19년 넘게 진행하며 수많은 이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나눠왔다. 가위바위보에 담긴 상성과 평화의 철학에 매료돼 현재 (사)한국가위바위보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기자


#장용 #가위바위보 #에세이 #삶의 태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