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히말라야 대홍수 8일째…600명 터널 고립 '기적의 생환' 사투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망자 총 1130명, 실종자 4462명
남미 안데스에도 네팔 재앙 재현 우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는 모습. 네팔 대홍수를 촉발한 빙하 붕괴로 발생한 토석류의 속도가 시속 167㎞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는 모습. 네팔 대홍수를 촉발한 빙하 붕괴로 발생한 토석류의 속도가 시속 167㎞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네팔·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휩쓴 대홍수가 발생한지 8일이 지난 2일(현지시간). 구조 당국은 6개 이상의 수력발전소 등에 고립된 실종자 구조를 위해 기적의 생환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흘러내리는 토사와 집채보다 큰 바위 등으로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네팔 재난관리청이 이날 집계한 네팔 내 사망자는 최소 1114명로 늘었다. 실종자는 3916명(외국인 590명)으로 중국 내 실종자 546명(외국인 261명) 및 사망자 16명을 합치면 사망자는 총 1130명, 실종자는 4462명이 됐다.

네팔군대와 중국·인도에 파견된 산악구조대는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 갇힌 최소 600여명의 근로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발파 및 굴착 작업을 진행하면서 터널 진입을 시도 중이다. 네팔 당국은 수력발전소 여러 곳에 최소 639명이 고립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대부분 터널 안에 고립돼 있어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실날 같은 기대를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실종 근로자들 일한 '어퍼 트리슐리 1' 터널에 공기 주입
네팔 당국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어퍼 트리슐리 1'과 '트리슐리 3A' 발전소의 터널 내부로 관을 삽입해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퍼 트리슐리 1'은 한국인 실종 근로자 9명이 일하던 곳이다. 구조대원들은 폭발물을 사용해 산비탈을 폭파한 후 트리슐리-3A 발전소의 터널에도 공기를 주입했다. 이번 홍수로 네팔의 11개 수력발전소 프로젝트가 피해를 입은 상태이다.

BBC 등 외신들도 구조대가 터널을 막은 큰 바위를 폭파하고 주변을 뒤덮은 두꺼운 진흙과 토사를 퍼내고 구멍을 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터널은 이미 진흙으로 가득 찼거나 굴착한 구멍으로 대량의 물이 흘러들어와 잠겨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수력발전소 터널 구조 작업에 참가한 산악 가이드 아시시 구룽은 "터널 진입이 아직 어렵다. 불도저·굴착기 같은 장비가 필요한데 도로 유실 등으로 대형 장비 조달이 어렵다"라고 외신들에 전했다.

■네팔 피해지역에 흘러나온 암석, 진흙 등 220만t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대홍수로 피해 지역을 뒤덮은 건물 잔해, 암석, 진흙 등 각종 퇴적물은 최소 220만t에 이른다. 이를 시멘트로 환산한다면 20층짜리 아파트 1800개동을 지을 수 있는 규모로 분당 신도시 전체를 짓고도 남을 수 있는 규모이다. 파주 운정 신도시 2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한편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 대홍수로 남미 안데스산맥 일대 국가들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빙하 호수 범람' 공포가 다시 부각됐다.

지구 온난화로 안데스 빙원이 녹는 현상이 가속하면서 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남미 3개국이 파괴적인 홍수와 산사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1일(현지시간) UPI 통신 등에 따르면 2만6000개 이상의 빙하가 분포한 칠레에는 비상이 걸렸다. 칠레는 파타고니아 오지뿐 아니라, 수도권과 중부 지역의 수력발전소와 광산, 수백만 명의 식수 인프라가 안데스 수계에 의존하고 있어 빙하 붕괴 시 심각한 경제·사회적 타격이 우려된다.

■칠레·아르헨·페루 '빙하 호수 범람' 위험
빙하의 융해로 지반이 약해진 암석 사면이나 빙벽이 무너지며 호수를 덮칠 경우,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져 네팔형 '빙하호 범람 홍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페루 내 528개 호수도 범람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중 58개는 '고위험군'이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관광 도시 엘찰텐 등도 토레 호수 등의 붕괴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남미의 적잖은 도시들이 고산지대 빙하 해빙과 호수 범람 등으로 인한 잠재적 재앙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악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후 재앙이 남미 일부 도시의 에너지·식수망과 주민들의 생명을 지속해서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의 후안 파블로 밀라나 연구원은 "네팔의 비극은 남미 안데스에서도 재현될 현실"이라며 "지속적 모니터링과 예방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악 계곡을 타고 밀려드는 기후 재앙이 남미 주요 도시의 에너지·식수망과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엔 관계자는 히말라야 지역의 수백만 주민이 빙하호수 붕괴로 인한 심각한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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