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봉법' 지침 발표, 구속력 있는 입법도 검토해야
'n% 성과급' 등 쟁점에 기준 제시
노동현장서 실제 효과낼지 미지수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둘러싼 노동쟁의 범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지침을 3일 발표했다. 지난 3월 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쟁의 대상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시행 6개월간 벌어진 시행착오를 참조해 정부가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 내놓은 것이다.
이번 지침에는 두 가지 핵심적 내용이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과 연동한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노조법상 의무적 교섭·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장 신설이나 매각, 신기술 도입 같은 사업경영상 결정은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가능성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이 노란봉투법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 이재명 대통령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라고 두 차례에 걸쳐 지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입법 체계와 법적 안정성, 현장 적용의 실효성을 앞세워 시행령이 아닌 지침 형식을 택했다. 노조법에 명시적 위임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으로 쟁의 범위를 제한하면 행정부의 월권이자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절차가 복잡한 시행령과 달리 지침은 발표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문제는 정부의 고민이 모두 행정 편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법의 문제와 지침의 한계는 뒷전에 두고 형식적 꿰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이번 지침만으로 노사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번 지침에 대해 노동계도 재계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시행령도 아닌 지침으로 쟁의범위를 좁히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위축시킨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지침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보완 입법을 요구한다. 기업으로서도 소송으로 가면 규범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지침만 믿고 경영상 결정을 내리기엔 불안하다. 시행지침이 임시방편 혹은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노조가 지침 기준을 벗어난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합법 쟁의권의 전제인 '조정 중지'를 내주지 않고 법원의 각하 처분과 같은 행정지도로 매듭짓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조정 중지를 못 받으면 합법 파업 경로 자체가 막히는 셈이어서 결코 무력한 조치는 아니다. 그러나 사업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 따지는 건 결국 법률 해석의 문제이고, 최종 권한은 법원에 있다.
이렇게 노사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임시방편책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지금의 혼란은 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이 크다. 노란봉투법을 개정할 때 국회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문구만 법에 담고, 범위를 구체화할 위임 조항이나 시행령 근거는 마련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 법의 모호성이 불러올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돼 왔다. 시행 후 예상보다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번 지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모양새다. 일단 정부의 행정지침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우선 행정지침으로 현장의 혼란을 줄이되 장기적으로 보완 입법까지 문을 열어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