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아이폰' 찾을까…터너스 앞에 놓인 3대 시험대[애플 50년 새판 짠다③]
취임 직후 10일 신제품 발표…첫 '폴더블 아이폰' 공개 여부 초미 관심 '시리 AI' 구글 동맹 맺었지만 EU·중국 규제 발목…자체 경쟁력 입증 숙제 美·EU 반독점 소송에 중국 탈피까지…팀 쿡 의장과 '외풍·기술' 분업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의 새 사령탑에 오른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 앞에 취임 직후부터 험난한 시험대가 놓였다.
한발 뒤처진 인공지능(AI) 경쟁을 따라잡아야 한다. 아이폰을 이을 새 하드웨어도 찾아내야 한다. 글로벌 반독점 규제 압박과 공급망 불안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팀 쿡 전 CEO가 지난 15년간 애플을 '5조 달러(약 6750조원) 제국'으로 키워냈다. 이제 터너스는 불어난 덩치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당장 오는 10일(한국시간) 열리는 신제품 공개 행사가 그의 첫 시험대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을 폴더블 아이폰의 등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글과 손잡은 '시리 AI'…규제 벽 뚫고 차별화 증명해야
가장 급한 불은 AI다. 애플은 지난 6월 개발자회의(WWDC)에서 완전히 뜯어고친 '시리 AI'를 선보였다. 이용자의 메시지와 사진, 메일 내용을 이해하는 AI 에이전트다. 화면을 스스로 읽고 여러 앱을 오가며 업무를 대신 처리한다. 개발자 테스트를 거쳐 연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독자 노선만 고집하지 않았다. 애플은 구글과 손잡고 '제미나이' 기반의 맞춤형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애플 인텔리전스에는 오픈AI의 챗GPT도 품었다.
문제는 차별화다. 애플은 자체 칩과 운영체제(OS), 수십억 대의 단말기를 모두 쥐고 있다. 외부 모델을 빌려 쓰면서도 애플만의 남다른 사용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각국의 규제도 넘어야 한다. 시리 AI는 출시 초기 유럽연합(EU) 지역에서 쓸 수 없다. 중국에서도 당국의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도입이 막혀 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현지 규제 장벽까지 뚫어내야 한다.
◆폴더블폰부터 글래스·로봇까지…'넥스트 아이폰' 찾아라
두번째 시험대는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하드웨어다.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이후 혼합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를 내놨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시장의 판을 바꿀 차세대 기기가 절실하다.
첫 격전지는 폴더블폰이다. 애플은 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0일 오전 2시) '깜짝 빛날 시간(Surprise and shine)' 행사를 연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대에서 첫 접는 아이폰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고급 기종인 아이폰18 프로 라인업과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하량이 2027년 17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10억대 수준으로 약 16.7% 줄어드는 반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12.6% 증가한 약 229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2027년에는 약 27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대기 중인 신무기도 많다. 시각 정보를 읽어내는 AI 스마트안경과 카메라를 단 에어팟이 개발선상에 올랐다. 몸에 걸치는 AI 기기와 가정용 로봇도 유력한 후보다. 25년간 현장을 지킨 엔지니어 터너스가 이 중 하나를 차세대 주력작으로 키워내야 한다.
◆EU는 앱스토어 압박, 美는 반독점 소송…공급망 재편도 숙제
사법 리스크와 공급망 관리도 무거운 짐이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앞세워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EU 일반법원은 지난 7월 앱스토어와 iOS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데 대한 애플의 이의를 기각했다. DMA 위반 시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최대 2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는 법무부(DOJ)가 제기한 스마트폰 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DOJ는 애플이 앱 개발자와 스마트워치·디지털지갑·메시징 등 경쟁 서비스에 장벽을 세워 아이폰의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낸 소송 기각 요청도 지난해 연방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별도로 앱스토어 외부결제를 둘러싼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은 미 연방대법원 심리까지 앞두고 있다.
'중국 리스크' 털어내기도 시급하다. 미·중 갈등과 미국의 대중국 관세·통상 규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애플은 미국 판매용 아이폰 생산의 무게중심을 인도로 옮기고 베트남 등으로 생산 거점을 넓혀왔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방대한 부품·조립 생태계를 갖춘 핵심 생산기지다. 공급망 다변화와 비용·품질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쿡 전 CEO가 애플에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각국 정책 당국과의 소통 등 대외 업무를 지원한다. 외풍은 쿡이 막고 터너스가 AI와 새 제품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가능한 셈이다.
대외 현안은 쿡이 방어하고, 터너스는 AI와 제품 혁신에 전념하는 구조다. 결국 터너스 체제의 성패는 AI와 기기를 하나로 묶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제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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