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울주군립병원 개원..본격 진료 돌입
534억원 투입·100병상..5개과·인공신장실 운영..응급실 순차 가동
부산온병원그룹 의료재단과 5년 위수탁 계약.."노하우 그대로 이식"
"지방의료원 5000억원 적자에 '허덕'..전국 공공의료 잔혹사 끊겠다"
[파이낸셜뉴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연간 의료손실이 5000억원을 넘어서고 대다수 공공병원이 자본잠식과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울산시 울주군이 공공의료기관 고질적인 '적자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파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울산시 울주군은 군립 의료기관인 '울주병원'의 관리·운영을 민간 의료재단에 맡기는 민간위탁 경영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울주군이 설립한 병원과 의료시설을 민간의료법인에 위탁하고 수탁기관인 민간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나 간호사 등 인력 150명을 책임 고용함으로써 공공병원 특유의 재정 악순환과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민간의 뛰어난 의료 역량과 효율적인 경영 기법을 이식하겠다는 취지다.
위탁자인 울주군은 3년간 운영적자를 보전하고 이후엔 수탁기관인 온병원그룹의료재단은 고용과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지자체가 지은 공공병원을 민간의료법인이 임대해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4년차부터 흑자경영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울주군과 수탁기관이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했다. 이 같은 독특한 위·수탁방식으로 인해 전국 지자체와 의료계의 이목이 울주군 울주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 4일 본격 진료 개시..총사업비 534억 투입해 필수의료 거점 구축
울산 울주군 남부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자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담당할 '울산광역시 울주군 울주병원'이 9월 4일 역사적인 문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첫날부터 환자 50여명을 진료했다.
울주군 온양읍 덕남로 233에 위치한 옛 온양보람병원 부지와 건물(지하 1층∼지상 7층, 연면적 약 4429㎡)을 매입, 리모델링해 탄생한 울주병원은 총사업비 약 534억원(2026년 추경 예산 기준)이 투입됐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구조 보강과 배관 교체, 응급실·수술실 내진 성능 강화는 물론 MRI(약 23억원), CT(약 11억원), 내시경센터 장비(약 9억원) 등 첨단 의료장비 구축비에 수십억 원이 동원됐다. 병상 수는 100병상이다.
지난 4일부터 가정의학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5개 진료과와 인공신장실, 종합건강검진센터, 수술실을 중심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수술실의 경우 2개의 수술장을 갖춰 외과와 정형외과 수술을 하게 된다. 이어 9월 하순 정형외과 진료를 추가하고, 추후 의료진 확보 상황에 따라 신경과 등 진료과를 단계적으로 늘린다. 지역 의료 안전망의 핵심인 24시간 응급실은 의료 인력 배치가 완료되는 대로 10월 중 순차 가동될 계획이다.
■ 부산 중견 거점 '온병원그룹' 노하우 이식..진료 질·경영 효율 '두 토끼' 잡는다
울주병원의 위탁 운영을 맡은 수탁기관은 부산 대표 의료기관인 의료법인 온그룹의료재단(이사장 윤선희)이다. 울주군과 온병원그룹은 지난 2024년 11월 위수탁계약을 체결했으며, 수탁 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이다.
이번 민간위탁으로 울주병원이 얻게 될 가장 큰 동력은 온병원그룹의 검증된 의료 인프라와 첨단 경영 시스템이다. 온병원은 설립자인 정근 원장(정근안과병원 원장)이 2010년 3월 180병상으로 개원한 이래 16년 만에 대학병원급 수준의 진료 역량과 높은 병상 가동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한 부울경 지역 대표 중견 거점 의료기관이다.
현재 온병원그룹은 △급성기 온종합병원 700병상 △요양병원 650병상 등 총 1300여 병상 규모의 대형 의료체계를 구축, 암센터와 부울경 최고 수준의 종합검진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울주군은 이러한 온병원의 우수한 의료 인력 네트워크와 진료·검사 시스템을 울주병원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개원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진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단기간 내에 진료의 질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립회계·성과 중심 관리.."적자 탈출과 주민 안전망 확보 동시에"
기존 지방의료원들이 방대한 조직 운영과 구인난으로 인한 봉직의 인건비 상승으로 재정난을 겪었던 것과 달리, 온병원그룹의 축적된 병원 운영 기법을 적용해 합리적인 회계 구조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계약에 따라 울주병원의 회계는 독립회계로 엄격히 관리되며, 수탁자는 매년 사업계획서 제출 및 외부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를 군에 제출해야 한다. 개원 첫해 위탁운영비로 약 66억원이 편성됐다. 초기 3년간은 병원 운영으로 발생하는 전체 적자를 군비로 보전하고 이후 2년간은 24시간 응급실 등 공공 응급의료 부문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다.
정산 후 위탁료 집행잔액이 발생하거나 수입금만으로 자립 운영에 성공할 경우 남은 수입금의 50% 이내를 수탁자에 지급할 수 있는 유인책도 포함돼 있어 민간의 자율적인 경영 효율화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울주군과 군의회 추천 인사, 의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도·감독 장치도 갖췄다.
■ 전국 지자체의 시선 집중..공공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동안 울주군 남부권은 종합적인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간단한 진료나 정밀 검사를 받으려면 인근 도심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울주병원이 본격 가동되면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한층 개선되는 동시에, 공공의료의 고질적인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울주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울주군 남부권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든든한 건강 안전망이 되겠다"며 "진료 개시를 시작으로 단계적 응급실 운영을 포함한 진료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해 지역 주민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성이 지닌 한계와 민간의 경영 효율성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를 구현하려는 울주병원의 민간위탁 실험이 공공병원 잔혹사를 끊어내는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이번 개원과 함께 '지역의료 활성화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지역 사회와 전국 지자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