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어게인 2003?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국회도 촉각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법상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달 내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면서 파병 동의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며 여권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 안정을 위해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9일 프랑스 국빈 방문에 나서는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지난 3월 이란 전쟁 발발 직후 논의됐지만, 이후 잦아들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며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 "호르무즈에서의 자유 통항은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파병) 검토 단계에 있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군사적 기여'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파병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면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헌법 상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파병 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현재 재적의원은 299명이며,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할 시 15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161석으로, 당내에서 찬성으로 의견이 모이면 단독 처리도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파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철수·박수영·조정훈 의원 등은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촉구하는 의견을 냈다. 당시 안 의원은 "파병 요청을 안보 전략자산 확보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적극적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명시적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아직 파병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켜보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6일 청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대해 "파병 간보기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입지만 흔들리고 있다"며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눈치 보기가 아닌 국익과 원칙에 따른 소신 있는 외교를 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변수는 여권의 분열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비롯해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에서는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어떤 명목으로도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파병 동의안에 반대할 것을 천명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헌법을 인용해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에둘러 비판했고, 김종훈 진보당 대표는 "이 대통령이 파병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의원은 12명, 진보당 의원은 4명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파병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반대 표결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고 숙의를 거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당내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은 17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는데,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찬반이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 49명은 찬성, 43명은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경우 또다시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계파 갈등이 반복되고, 국정 동력을 상실하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mail protected] 이해람 기자


#청와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국회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