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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K로봇 발전 종합전략'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中 가성비공세·美 SW지배력 사이
넛크래커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로봇펀드로 투자기반 강화 필수
핵심부품 M&A 공급망 직접 확보
산학연 AI·데이터 플랫폼 구축하고
日과 부품동맹 맺어 기술이전 시급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최근 인공지능(AI) 혁명은 텍스트·이미지 생성을 넘어 현실세계의 노동을 수행하는 '체화된 인공지능(Embodied AI)' 시대로 진입했다. 그 중심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AI·반도체·배터리·소프트웨어가 융합된 미래 산업이며, 공급망과 기술주권이 중요해진 오늘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가장 공격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로봇산업의 급성장을 정부 보조금 정책만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 파괴력은 정책·자본시장·제조 공급망·대규모 실증 인프라가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통합되어 강력한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Robot+' 등으로 국가 차원의 육성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창출한 초기 시장은 민간 투자와 초고속 공급망 구축을 이끌었고, 대량생산과 데이터 축적은 AI 고도화로 이어졌다. 축적된 데이터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도화하고, 향상된 AI는 다시 로봇 성능을 높인다. 핵심 부품의 내재화와 공급망 속도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구독형 로봇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모델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수익 기반까지 확보했다. 요컨대 중국은 정책·자본·공급망·데이터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포 플라이휠즈(Four Flywheels)'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

중국 로봇 굴기의 선봉에 선 기업들의 전략도 치밀하다. 유니트리는 핵심 구동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저가 공급망을 극대화하여 로봇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가격파괴'를 단행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산업용 협업 휴머노이드에 집중해 BYD, 폭스콘 등 대형 제조기업의 생산라인에 로봇을 실전 배치했으며 애지봇 역시 '기가 데이터 팩토리'를 통해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며 AI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니트리가 지난 8월 상하이 스타마켓(STAR Market)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것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정부 주도의 육성 단계를 넘어 자본시장을 통한 성장자금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 정책으로 성장한 혁신기업이 공모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생산 확대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현실화된 것이다.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지형도는 제조 생태계를 무기로 독주하는 중국에 맞서 AI 두뇌 설계능력의 미국과 정밀부품 역량의 일본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삼국지 형국이다. 미국은 테슬라와 피규어AI를 중심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율주행 연산 인프라를 결합한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학습·시뮬레이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 R&D와 함께 파낙, 야스카와전기 등을 필두로 산업용 로봇 시장과 하모닉 드라이브 등 초정밀 감속기 분야의 독점적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 기술, 고밀도 배터리 제조 역량, 초고속 통신 인프라를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도 휴머노이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로봇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산업 생태계의 허리가 취약하고, 독자적 AI 파운데이션 모델 부족과 핵심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한계로 남아 있다. 특히 로봇 관절의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정밀 감속기와 서보모터는 여전히 일본과 중국 기업에 기대고 있어 완성품을 만들어도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한국이 중국의 가성비 공세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지배력 사이 넛크래커가 되지 않으려면 개별 기술경쟁을 넘어 국가 역량을 유기적으로 엮는 'K로봇 발전 종합전략'이 필요하다. 로봇펀드로 투자 기반을 강화하고, 감속기·서보모터 핵심 부품을 겨냥한 인수합병(M&A)으로 공급망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산학연 AI·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본과의 부품 동맹으로 기술이전과 조달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처럼 휴머노이드 시대의 승부도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생태계 구축에서 갈릴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 성공 경험을 로봇산업으로 확장한다면 기술패권 경쟁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질서를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K-로봇 시대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다.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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