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역대급 호황, K자 양극화 구조개혁 지금이 적기
9월초 수출누계 7094억 달러 쾌거
작년 연간치 넘어 1조달러 기대감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가 파죽지세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올해 누적 수출액이 709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7093억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보다 무려 117일이나 앞당겨 이룬 성과다. 이런 흐름이 순항한다면 연말인 12월 초에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크다. 세계적으로 연 수출 1조달러를 넘긴 나라는 미국·중국·독일뿐이다. 이런 속도라면 우리 경제는 세계 수출 4강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특히 중동발 리스크에 더해 미국과의 관세협상까지 글로벌 교역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여러 겹의 악재 속에서도 우리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대응력과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경제가 잘나갈 때일수록 개선해야 할 숙제는 많다. 바로 'K자형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수출 대비 내수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출은 대외여건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축이다. 중동 정세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변수 하나에도 출렁일 수 있다. 그래서 경제는 수출과 내수라는 두 날개로 함께 날아야 튼튼하다. 한쪽 날개에만 의존한 경제구조는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양극화의 실체는 화려한 수출 통계와 서민이 체감하는 민생 사이의 괴리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6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는 확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 온기가 소비와 고용 등 내수 부문으로 충분히 퍼지지 못하고 있다.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8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68.7% 급증했지만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오히려 전월 대비 하락했고, 내구재 소비도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다. 내수 경쟁력을 지금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향후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때 그 충격을 내수 시장으로 버텨낼 수 있다.
업종 간 경쟁력 편중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6% 급증하며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했다. 8월만 놓고 보면 그 비중이 47.5%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하나가 수출 증가세를 사실상 견인하는 구조다. 이는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특정 업종과 나머지 업종 간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호황기에는 경제지표에 유리하다. 그러나 해당 업종의 시장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으로 바뀌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도 크다.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감에 취해 있을 시점이 아니다. 반도체 편중을 완화할 수출품목 다변화,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내수회복을 뒷받침할 정교한 물가·재정 정책 그리고 늘어나는 국가부채 부담을 관리할 방안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화려한 수출 성적표에 취해 이런 숙제를 미룬다면 훗날 값비싼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 모두 무겁게 새겨들어야 한다. 수출 1조달러라는 숫자보다 중요하게 여길 점은 그 성과가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