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1.0인데 왜 뿌옇게 보일까"...내 눈은 뭐가 문제일까?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시력검사에서는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도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시력검사가 눈 기능의 일부만 평가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이 침침하다'는 표현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눈의 노화부터 노안,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원인이 같은 증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력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의료진이 증상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대 의학적으로 설명·치료 가능한 질환이 아니거나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입니다"라는 설명은 불편함이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현재의 검사와 치료로 확인하거나 뚜렷하게 해소할 수 있는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능이 떨어지며, 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한 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노화의 영향을 비교적 빨리 받는다. 멀리 있는 물체와 가까운 물체 모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춰야 하고, 밝은 곳과 어두운 곳에서도 적절히 빛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초점을 맞추는 능력, 빛을 구분하는 능력, 선명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조금씩 감소하게 된다.
안과에서는 가장 먼저 시력을 측정하지만, 시력검사는 눈 기능의 일부만 평가하는 검사다. 흔히 말하는 시력은 대비가 매우 뚜렷한 환경에서 얼마나 작은 글씨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인 반면, 실제 생활에서는 비 오는 날, 안개 낀 도로, 어두운 실내, 야간 운전처럼 색과 밝기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비감도(contrast sensitivity)'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시력은 1.0 이상으로 정상인데도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40대 이후 나타나는 노안은 수정체와 섬모체 소대의 탄력이 감소하고 섬모체근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질환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으며, 눈 운동으로 노안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노안과 달리 백내장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원래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혼탁해져 시야가 흐려지고, 밝은 곳에서 눈부심이 심해지거나 색감이 흐려질 수 있다. 현재 혼탁해진 수정체를 다시 투명하게 만드는 약물은 없으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진행됐다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다.
최근에는 난시 교정이나 다초점·연속초점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야간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생길 수 있어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전혀 다른 질환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다. 시신경이 손상되면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좁아지지만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려워,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의 목표는 손상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데도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오히려 더 많다. 녹내장은 안압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질환이 아니며 시신경의 구조적 특성이나 혈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충분히 축적돼 있다.
눈의 노화를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은 눈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흡연은 백내장과 시신경 건강에 모두 좋지 않으며,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녹내장 환자라면 장시간 머리를 아래로 두는 자세나 물구나무서기처럼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운동은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아래 눈꺼풀을 살짝 당겨 결막낭에 점안하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경민 서울시 보라매병원 안과 교수는 "'눈이 침침하다'는 증상이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라며, 자연스러운 노화일 수도 있지만 노안·백내장·녹내장처럼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상을 혼자 판단하기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현재 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