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日기업도 증시 탈출…상장폐지 역대 최다
올해 128곳, 3년째 기록 경신
"주가 대신 성장" 자진 상폐 확산
기준 미달 기업 퇴출도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올해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이 128개사로 늘어나며 3년 연속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펀드와 손잡고 자진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연내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128개사로 지난해 전체 기록인 125개사를 넘어섰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관리종목에도 29개사가 지정돼 있어 폐지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투자자 전용시장인 도쿄프로마켓을 제외한 상장기업은 지난 8월 말 기준 3705개사로 지난해 말보다 77개사 감소했다. 정점이었던 2023년 말보다 4% 줄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기업공개(IPO)도 22건에 그쳤다.
올해 비상장화를 추진한 기업 가운데 20%인 28개사는 투자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펀드 자금으로 복잡한 주주 구성을 정리하고 사업 재편과 성장 투자에 필요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경영 개선 압박이 계기가 된 사례도 있다.
유럽계 사모펀드 EQT는 엘리베이터업체 후지텍을 인수했다. 온라인 인쇄업체 라쿠스루는 골드만삭스의 지원을 받아 경영진이 참여하는 인수·합병(MBO)을 추진했다.
상장 직후 증시를 떠나는 신흥기업도 나왔다. 2024년 6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시장에 상장한 정보기술(IT)업체 마메조는 EQT와 손잡고 비상장화를 선택했다.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인공지능(AI)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다.
도쿄증권거래소가 2022년 4월 기존 4개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등 3개로 재편하고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한 것도 상장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경과조치 종료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10개사는 오는 10월 1일 상장폐지된다. 2027년에도 추가 퇴출이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벤처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위해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갖추기 전에 IPO를 서두른 뒤 상장 후 정체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유지 기준을 강화해 규모가 작은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증시의 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기업은 상장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증권거래소로 향하고 있다. 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증권거래소에 새로 상장했거나 승인을 받은 기업은 2020년 3개사에서 지난해 47개사로 급증했다. 올해도 8월 말까지 21개사가 지방 증시를 선택했다.
도쿄증권거래소를 산하에 둔 일본거래소그룹(JPX)의 야마지 히로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기업 수보다 기업가치와 시장의 질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상장기업이 지난 30년간 절반으로 줄어 지난해 말 약 3900개사에 그쳤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