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체급 키운 펫보험 시장… 청구 시스템은 '제자리걸음'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11개사 보유계약 30만7115건
작년 상반기 대비 50% 늘어나
진료정보 비표준화 '큰 걸림돌'
진료내역 확인 절차부터 난항
위험관리·상품개발에도 제약

체급 키운 펫보험 시장… 청구 시스템은 '제자리걸음'

펫보험 시장이 빠르게 커지며 보유계약 규모가 30만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한 청구 환경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려 해도 진료내역 확인 절차부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동물병원마다 같은 질환이나 진료행위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기재하고, 진료비 영수증도 표준화돼 있지 않는 등 소비자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펫보험 보유계약 30만건 돌파

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삼성화재 등 11개사의 펫보험 보유계약은 지난해 말 24만9484건에서 올해 상반기 30만7115건으로 5만7631건(23.1%)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20만4661건과 비교하면 50.1% 늘었다. 원수보험료도 지난해 상반기 583억7368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822억8207만원으로 40.9%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 성장과 달리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는 진료정보를 둘러싼 불편이 여전하다. 같은 질환이라도 병원에 따라 진단명이 다르게 기재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위장질환을 병원마다 '위장염' '복통·구토·설사' 등 제각각 기록할 수 있다. 중성화수술도 '중성화수술' 하나로 기재하거나 검사·마취·수술 등으로 세분화해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진료비 영수증도 표준화돼 있지 않다.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비와 사료·미용·호텔 등 비의료 비용을 함께 결제할 경우 전체 금액만 표시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어떤 진료를 받고 얼마를 지불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구체적인 진료내역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장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소비자는 병원에 다시 관련 서류를 요청해야 한다.

진료정보 비표준화는 보험사의 위험관리와 상품 개발에도 영향을 준다. 질환별 발생 빈도와 손해율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기 어려워 품종·연령·질환별 특성을 반영한 보험상품 개발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영수증 등 표준화 시급

보험업계에서는 표준화된 질병명·진료행위명 사용을 의무화하고 표준 영수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준 영수증에 진단명과 주요 증상, 진료행위, 수량, 금액 등을 기재하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이는 동시에 보험사의 보험금 심사도 보다 신속·정확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수의업계와의 조율은 과제다.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와 개별 병원 진료비 공개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높일 수 있지만, 동물병원의 행정 부담이나 진료비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진료정보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며 "진료내역과 비용이 일정한 기준으로 축적되면 소비자의 청구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보험사의 정확한 심사와 소비자 수요에 맞는 상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일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해 동물 소유자 등이 진료기록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경우 수의사가 응하도록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개를 위한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앞서 5000여종의 질병명과 진료행위명을 표준화한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을 고시했지만, 현재는 권장 사항에 그쳐 의무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email protected]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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