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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칼럼] 박진영 논란과 의원 특권

파이낸셜뉴스

국회의 박진영 주의 조치 논란
의원들 외유성 출장이 더 문제
법무장관 후보자 청탁도 도마
서영교 "정치인들의 행위" 주장
청탁이 일상적임을 시인한 것
정치 개혁 시급, 국민이 나서야

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가수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박진영을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했을 때 보기 드물게 잘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영은 한달 전 '패노메논(Fanomenon)' 프로젝트를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K팝 팬덤들에 상을 주는 행사 등으로 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1조원의 경제효과를 얻겠다는 내용이다. 팬들에게 상을 주겠다는 것은 국회나 정부는 생각해 내지도 못할 아이디어다.

그런 박진영에게 국회가 시비를 걸고 나섰다. 박진영이 미국에 출장을 가서 5박6일의 공무 일정을 마친 뒤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는 이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박진영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박진영은 후반부 개인 일정과 귀국 항공편 등에 소요된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했다고 한다. 박진영은 무보수에 비상근이다. 공인이며 공직자인 동시에 민간인 신분이기도 하다. 박진영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 논란은 의원들 자신의 공사 구분 문제를 소환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의원들, 특히 문체위 의원들은 이 정도를 문제로 삼을 자격이 없다.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끊임없이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지금도 그대로다. 여야가 피 터지게 싸우면서도 이런 일에는 한마음 한뜻이 된다.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된 사례가 바로 문체위 의원들의 2022년 카타르 출장이었다. 카타르 의회 의장 예방 등이 목적이었지만 월드컵 축구 경기만 보고 돌아왔다. 의장을 만나지도 못했다. 실질적으로 공무를 빙자한 사적 용무였다.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어느 상임위나 다르지 않다. 수행과 지원을 해야 하는 현지 대사관 직원들의 하소연이 공공연하게 들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형식만 공식 출장이지 관광 일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대놓고 관광을 한다. 관광이 소관 업무인 상임위이기에 떳떳하게 다닌다. 그렇다고 국내 관광 행정에 도움이 될 만한 보고서를 쓴 적이 없다.

그런 문체위가 박진영의 출장을 문제 삼고 나섰으니 국민이 공감할 리가 없다. 도리어 박진영에게 행동의 자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음대로 해외 현장을 다니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의원들이 외유성 출장에 쓰는 돈을 박진영에게 주면 열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니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특권의식에 따른 도덕적·법적 해이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이라는 갑옷을 입은 그들은 여간한 잘못에 대해서도 죄의식이 없다. 선량한 보통의 국민들과 다르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논란의 중심에 선 용혜인 의원도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부부가 같은 당에서 일을 하고 당비를 수령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같이 지명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어떨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임상시험 신속 시행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았는데, 이 청탁을 고충민원 처리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이라 민원과 청탁의 차이를 잘 알 터인데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인식은 더 심하다. 부정청탁이 아니며 '정치인들의 행위'라고 했다. 죄의식 결여다. 기소유예는 여러 정황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죄와는 다르다. 합법적 정치 행위라면 검사가 무죄 취지로 불기소했을 것이다. 임상시험은 청탁 이후 진행됐다. 이를 믿고 관련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가 3만명이라고 한다. 임상시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사례와 보답이 따르는 청탁을 '정치인들의 행위'라고 하는데 어느 국민이 동의하겠나. 피감기관에 이런 식의 청탁을 일상적으로 해왔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의원들의 청탁에 행정기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의원은 물론이고 보좌관들까지 특권 의식과 갑질이 몸에 배어 있다. 그 정도가 뭐가 문제냐고 하는데, 그저 옹호 차원이 아닌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로 느껴진다.

박진영의 경우는 여전히 논란이 있을 것이다. 만약 주의 조치를 내리는 게 합당하다면 의원들의 외유와 청탁은 일상적 행위가 아니라 주의보다 몇 곱절 높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최근의 이런 사례들은 정치개혁의 시급성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정치인들이 스스로 꺼낼 가능성이 없다. 문제가 되었을 때만 잠시, 한때의 화두로 끝나고 만다. 그럴수록 의원들은 잘못에 무감각해지고 특권 의식은 더 강해진다. 국민들이 나서는 도리밖에 없다.

[email protected]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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