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1인당 GNI 4만달러 눈앞, 체감 없인 그림의 떡

파이낸셜뉴스

2분기 실질 GDP 및 총저축률 호조
소득격차 줄이고 고용·내수 키워야

한국 경제가 2분기 0.6% 성장한 가운데 명목 성장 개선이 두드러졌다.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성장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187분기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8.8% 늘었다. 실질 GNI 증가율은 3.1%다. 지식재산생상물투자는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3.4% 늘었다.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가 2분기 0.6% 성장한 가운데 명목 성장 개선이 두드러졌다.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성장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187분기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8.8% 늘었다. 실질 GNI 증가율은 3.1%다. 지식재산생상물투자는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3.4% 늘었다. /사진=뉴시스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0.6%로 나타났다.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 늘어 1979년 3·4분기 이후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소비여력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어 1988년 4·4분기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은은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미국달러 기준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낙관했다.

'꿈의 4만달러'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는 역사적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강조하는 1인당 GNI 4만달러는 장밋빛 지표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경제와 괴리감이 크다는 점에서 풍요 속의 빈곤을 느낄 것이다.

먼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의 실적호조가 전체 지표를 밀어올린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특정 업종과 대기업에 집중된 부의 증대 효과가 국가 전체의 경제 성적표를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 국민의 살림살이가 모두 개선된 것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업종별 명암은 이번 통계에도 드러난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이 나란히 1%대 중반 증가를 보인 반면 건설업은 토목건설 부진 속에 1.9% 줄었고, 농림어업은 7.2% 감소했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상승 폭은 특정 집단에 더욱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첨단산업과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과 중소기업 근무자 사이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점은 특정 업종과 기업이 거둔 성과가 고용과 내수로 흘러가는 경로가 여전히 좁고 느리다는 데 있다. 수출이 워낙 좋아 기업 소득이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분배되는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기업 소득 증가가 성과급과 배당 등을 거쳐 가계소득으로 흘러갈 수 있다. 또 법인세·근로소득세·배당소득세 등을 거쳐 정부 소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온기가 아래로 흐르는 데에는 적잖은 시차가 있다. 또 얼마나 많은 분배 효과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가 국내 고용으로 곧장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거시경제 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렸다. 저금리 기조가 멈추고 금리 인상 국면으로 본격 접어들었다는 신호와 같다. 고금리 국면에서 일반 가계는 이자 부담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물가 상승 때문에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는 점에서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 더구나 가계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소득이 늘어도 상환 부담에 밀려 소비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인당 GNI 4만달러 시대가 피부에 와닿게 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부동산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처럼 오래 묵은 현안을 해소해야 민생도 살아난다. 소득이 늘어도 부동산과 부채에 묶인 채 실제 소비여력이 떨어진다면 진정한 풍요가 아니다. 아울러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지금의 성과를 국민 다수가 체감하는 성장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소득이 늘어난 효능감을 높이는 길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