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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어도 전력 없으면 못 돌린다…반도체·AI 투자 '전력망 전쟁'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용인 반도체만 14.7GW 전력수요 예상
발전량 충분해도 송·변전망 없으면 '그림의 떡'
전력 연결 늦어지면 공장 가동·매출도 지연
삼정KPMG "입지 결정부터 전력 확보 따져야"

삼정KPMG 제공.
삼정KPMG 제공.

[파이낸셜뉴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 경쟁의 승부처가 공장 부지에서 '전력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 자체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전력 확보가 생산시설 투자에 뒤따르는 문제가 아니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선결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삼정KPMG가 발간한 '첨단산업 투자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AI 데이터센터·배터리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 규모와 계통접속 시점이 기업의 투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과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아 전력 인프라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거점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철강·화학 등 기존 산업도 전력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문제는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발전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까지 전력을 전달할 송·변전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실제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에는 한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과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다. 보고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일반산단에서 장기적으로 약 14.7GW, 호남권 신규 산단에서는 6GW 이상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시설 건설과 전력망 구축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대규모 투자에도 공장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 공급 시점은 기업의 수익성에도 직결된다. 공장을 완공해도 계통접속이나 외부 송·변전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 생산과 매출 발생 시점이 함께 밀린다. 전기요금 상승 역시 생산원가뿐 아니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과 투자회수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 전략도 '부지를 정하고 전력을 확보하는' 방식에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장 단위의 전력 공급 규모와 시점, 추가 전력 확보 가능성은 물론 장기 전기요금과 저탄소 전력 조달 여건까지 투자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상원 삼정KPMG ESG비즈니스그룹 상무는 "첨단산업 투자에서 에너지는 더 이상 공장 가동 이후 관리해야 할 운영 이슈가 아니라 투자의 실행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생산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동일한 가동 시점과 투자경제성을 기준으로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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