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 재개·파병 압박, 복합위기 슬기롭게 극복을
외교·안보·경제, 동시에 어려워져
합동 비상대응체계 다시 가동해야
미군이 이란 유조선을 공습했고, 이란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두고 전면전 수준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 불안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국제유가가 치솟아 세계 경제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병력·자산 파견 요구까지 겹치면서 외교·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압박받는 복합위기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양국은 최종 종전에 이르지 못했고, 오히려 불안이 격화하면서 다시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빚어졌다.
여기에 더해 사우디와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전쟁 수준의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사우디 원유 수출의 주요 관문인 이 해협을 두고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우디·후티 교전으로 500명 이상이 숨지고 2만명가량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란은 미국에 동조하는 쿠웨이트와 바레인 항구의 유조선까지 타격 목표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중동 불안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에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수차례 그런 요구를 해온 미국은 최근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병력과 자산 파견을 해줄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사실상 파견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상초계기와 무인 기뢰제거장비 등이 파견자산 후보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쟁 확산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고유가·고물가 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에서 유가 급등은 생산원가 상승과 수입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며 가계 실질구매력 저하로 직결된다. 호르무즈해협 등 주요 원유 수송로가 장기간 막히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물류·산업 대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외교·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위기다. 정부는 중동 정세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외교·통상 부처가 함께하는 합동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중동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유사시에 대비해 비축유를 점검하고 서민 물가와 영세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경제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동 현지의 군 자산 파견 여부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판단의 기준은 철저히 국익이어야 한다. 한미 동맹과 국제 공조, 우리 국민과 군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방문 중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자유와 역내 안정 회복을 위한 양국 공조 강화에 합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영국·프랑스 주도로 '호르무즈해협 다국적 임무'가 구성됐으나 미·이란 교전이 멈추지 않아 실제 작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외교·안보와 경제를 함께 챙기는 정교한 국익 계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