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뼈대 세우고 엠블럼 부착… 180여종 차체 조립 거뜬[르포]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가보니
PBV 생산공장 가동률 98.9%
차체 4단계로 나눠 순차 조립
무거운 부품 자동장착 끝내면
컨버전센터서 특장모델 맞춤화
연4만대 규모… PV7 14일 공개
【파이낸셜뉴스 화성(경기)=김동찬 기자】경기 화성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EVO 플랜트 이스트' 차체공장.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인 남성 세 배 크기의 대형 로봇 팔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사방으로 용접 불꽃을 뿜어냈다. 작업자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반면, 바닥에서는 무인운반차(AGV)가 차체를 실은 채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교행하고 있었다. 승합, 화물, 교통약자용 등 제각기 다른 목적으로 완성될 목적기반차량(PBV) 'PV5'가 이 단일 라인 위에서 뒤섞여 생산되는 현장이다.
■불꽃 사이로 달리는 AGV
기아는 지난 8일 오토랜드 화성에서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플랜트와 PBV 컨버전 센터 운영 현황을 소개했다.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한 EVO 플랜트 이스트는 9만9976㎡ 규모로 연 10만대(시간당 29대)를 만든다. 차체공장 자동화율은 용접 100%, 부품 이송 83%, 도장공장은 91% 수준이다.
핵심은 '4-벅(Buck) 순차 조립 공법'이다. 기존에 하나의 공정에서 통째로 붙이던 차체 골격을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네 단계로 세분화했다. 앞선 두 공정에서 뼈대를 세우고, 뒤이은 두 공정에서 외판과 지붕을 덮는 방식이다.
문선주 차체생기4팀 책임매니저는 "PV5는 차체 기준으로만 180여 종의 사양으로 나뉜다"며 "부품에 데이터매트릭스를 새겨 작업자가 눈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설비가 자동으로 사양을 인식하도록 구축했다"고 말했다.
사양이 다양한 만큼 설비도 다채로웠다. 노란색 부스 안에 놓인 길이 2m짜리 용접건이 대표적이다. PV5는 2열 도어의 유무에 따라 사양으로 갈리는데, 도어가 없는 모델은 일반 용접건이 차체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기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와 지하철 차량 조립에 쓰는 대형 건을 도입했다. 차체공장에서 가장 큰 용접건이다.
공장 내 지게차 이동도 최소화했다. 대신 AGV와 자동창고가 그 역할을 맡는다. 설계 단계부터 라인을 격자형으로 짜고 통로 폭을 6m로 확보해 AGV 교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5개 라인에 설치된 자동창고는 최고 11.5m 높이에서 팔레트 250개를 보관하며 최대 2t을 들어올린다.
■65㎏ 부품도 로봇 몫
조립공장의 로봇의 손끝은 훨씬 섬세했다. 복합섬유 소재로 만든 검정 후드는 로봇 3대가 팔레트에서 꺼내 정렬한 뒤, 상·하부 순으로 볼트 4개를 조였다. 차체공장이 아닌 조립공장에서 후드를 자동 장착하는 것은 현대차·기아 최초다. 이 밖에도 △엠블럼 자동 부착 △크래시패드 투입·체결 자동화 △헤드라이닝 자동 장착도 모두 첫 사례다. 바로 옆 공정에서는 로봇이 루프패드를 빨아들여 뒷면 이형지를 떼고 차 안으로 들어가 천장에 붙였다. 한 장 붙이는 데 단 3초가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검차 라인에서는 카메라 18대가 아웃사이드미러·도어 가니시 등 24개 부품의 사양 불일치와 루프 볼트 누락 여부를 잡아냈다. 라인 끝단에서는 3명의 작업자가 허리를 굽힌 채 육안으로 최종 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다. 라인 한편의 전광판에는 이날 가동률 98.9%가 찍혀 있었다.
기본차가 완성되면 북측 도로로 연결된 PBV 컨버전 센터가 바통을 넘겨받는다. 6만3728㎡ 부지에 작업셀 98개와 검사셀 14개를 갖춰 PV5·PV7·PV9 기반 컨버전 모델을 연 4만대 규모로 소화한다. 오픈베드·크루밴·프라임에 이어 내장·냉동 탑차, 라이트 캠퍼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PV5는 올해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3만9000대 이상 팔리며 '2026 세계 올해의 밴'에 올랐고, 대형 PBV인 PV7은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에서 처음 공개된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전무)은 "오토랜드 화성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모빌리티로 실현하는 PBV 생산 허브"라며 "스마트 제조기술과 컨버전 생태계를 지속 고도화해 고객에게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