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이전트, 보조 넘어 직접 일하는 시대… 기업 조직·업무 재설계를" [AI월드 2026]
AI & The Future of Work
아무리 좋은 기술 들어와도
절차 잘못돼있으면 소용 없어
사람의 역할·책임 분명히 해야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업무보조 도구를 넘어 직접 일하는 주체로 진화한 만큼 기업의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 활용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데이터 연계부터 에이전트 관리·책임 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업무 재설계'
김인수 SK텔레콤 AI보드 리더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6'의 AI와 일터의 미래 세션에서 "AI 네이티브 기업은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도록 회사 자체를 다시 설계한 회사"라며 "우리의 목표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AI에 일을 위임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김 리더는 AI전환(AX) 리더십에 필요한 역량으로 문제 정의력, 위임 판단력, 결과 검증력을 제시했다.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사람과 AI가 각각 맡을 영역을 구분한 뒤 AI가 내놓은 결과를 사람이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복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어드바이저는 기업 내부 데이터가 각 담당자에게 흩어져 있거나 AI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거대언어모델(LLM)과 데이터센터를 갖춰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이 어드바이저는 "기존 프로세스에 사람이 잘못 수행하던 절차를 그대로 두고 AI를 끼워 넣는다고 해서 그 프로세스가 개선되지는 않는다"며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AI 기술이 들어와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해인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AI 교육부문 대표)는 기술 변화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까지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시받은 일을 단순히 처리하는 사람을 넘어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직접 제안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자기 사장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AI 파도를 잘 타는 조직은 자기 사장력을 갖춘 소사장(mini CEO)들의 연합작전이라고 본다"며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지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 AI 에이전트에도 제대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도구 넘어 '동료'로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업무보조 도구를 넘어 직접 일을 수행하는 주체로 진화하면서 기업의 업무방식과 조직구조도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원만호 KT AX플랫폼본부장은 AI 에이전트가 단순 도구와 업무비서, 협업자를 거쳐 인간이 의존할 수 있는 '동반자(Companion)'로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원 본부장은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일했다면 이제는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채용해 온보딩하고 성과를 평가하듯 에이전트에도 업무 목표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영섭 LG유플러스 AI R&D 랩장(CTO)은 AI를 활용해 사람이 개입하는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LG유플러스에는 임직원 약 1만1000명에 맞먹는 1만여개의 업무용 에이전트가 사내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들 에이전트를 통신망 장애 감지와 원인 분석, 담당자 통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70여개 절차를 거쳐야 했던 정산·청구서 작성과 엑셀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도 운영 중이다.
한 랩장은 "더 이상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무엇인지 전체 업무 영역에서 찾고 있다"며 "업무를 작은 단계로 나눠 자동화하면 사람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제·책임이 관건
기업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사례와 문제도 공유됐다. 당근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업무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발견한 구성원이 즉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실행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용권 당근마켓 커뮤니티실 엔지니어링 리드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링의 일이 사라졌다는 게 아니라 기다림 없이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이전트가 만드는 코드가 빠르게 늘면서 검토가 밀리고, 작업 과정과 판단 근거를 동료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박 리드는 이를 기술 부채와 인지 부채, 의도 부채로 구분했다. 이어 "사람에게 남은 것은 결과에 책임지는 영역"이라며 "판단의 결과뿐 아니라 이유와 근거를 남겨야 다음 사람과 에이전트가 이를 바탕으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민호 한컴 응용제품개발실 실장은 기업의 AI 활용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윤 실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의 74%가 주 1회 이상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성과를 체감한 경영진은 7%에 그쳤다.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 가운데 실제 운영 단계에 도달한 비중도 11%에 불과했다.
대안으로는 에이전트의 진입과 호출, 업무배분, 사내 데이터 연동, 비용과 실행 경로 측정을 통합 관리하는 '에이전틱 플랫폼'을 제시했다.
특별취재팀 이구순 팀장 연지안 장민권 윤홍집 최혜림 박지연 주원규 임수빈 정원일 최가영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