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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SMR 시장 선도가 최우선 과제

파이낸셜뉴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과거 첨단 도심항공교통(UAM)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비행체가 처음 개발됐을 때 우리의 법과 규제는 여전히 수백명을 태우는 대형 항공기의 낡은 규칙에 묶여 있었다. 거대 여객기를 전제로 만들어진 복잡한 항로 설정과 엄격한 인증기준을 작고 가벼운 UAM이나 드론에 그대로 적용하려다 보니 비행체들은 제대로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규제의 벽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둘러싼 환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UAM과 드론에 맞는 새로운 제도가 생겼듯, 대형 원전의 틀을 벗어난 SMR 맞춤형 제도가 필요해졌다. 정부의 제도가 기반이 돼 기술개발 및 실증, 공급망, 전문인력이 톱니바퀴처럼 함께 움직여야만 비로소 하나의 견고한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제도 정비에도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한 네 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선진원자로의 시험과 실증을 앞당기고 규제체계를 정비하며, 원자력 산업기반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첨단기술 경쟁에서 제도는 기술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동행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도 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대규모의 안정적 전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12일 '7대 시드(SEED)'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SMR을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무탄소 전력원으로서 미래 청정에너지 분야 핵심 SEED로 선정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역량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고, 기술개발 속도를 제도가 제때 뒷받침하는 일이다. 11일 시행되는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이를 위한 초석이다. SMR 특별법의 의미는 단순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데 있지 않다. R&D부터 실증, 사업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과정에서 제도적 공백을 해소할 통합적 틀을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술개발, 실증, 공급망, 인력양성, 국제협력 등 서로 맞물린 과제를 하나의 전략 아래 추진하며, 특히 공공 중심의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민간의 역량을 끌어내도록 하였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지원, 산학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구조합 육성, 인프라와 인력을 집적·연계할 SMR특구를 조성한다. 견고한 제도의 틀 위에 SMR이 그려갈 미래의 모습은 다채로울 것이다. AI발 전력 수요,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라는 트릴레마의 해법으로 전력 생산뿐 아니라 산업단지, 해양, 국방, 우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력·열 공급원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법은 답안지가 아니라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에게는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R&D 역량과 설계·건설 경험, 탄탄한 제조 기반이 있다. 이제 정부와 연구계, 산업계가 한 팀이 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SMR 특별법이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 오늘의 R&D 성과를 내일의 산업으로 키우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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