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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맞춤형 청년 고용 대책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가뜩이나 일자리 없는 청년층
AI 도입으로 취업기회 더 줄어
7월 청년실업률 증가폭 급등
이중고 겪는 2030 좌절감 직시
세대 간 불균형 고용 해소해야
규제 혁신과 기업 활성화 절실

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논설고문

바둑계의 '신공지능' 신진서 9단과 인공지능(AI) 카타고의 3연전. 지난 7월 현재 세계랭킹 1위와 바둑 최강 AI의 대국이었다.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5판 중 1판을 이긴 지 10년 만이었다. 신 9단은 호선으로 겨뤘던 이 9단과 달리 2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으로 2승 1패를 거뒀다. 그럼에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AI 시대에 인간 두뇌의 발전 여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바둑 문외한에 가까운 필자는 이번 대국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접했다. 가로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선 무려 '10의 170승'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빛의 속도로 최적의 수순을 찾아내는 카타고였지만, 바둑판에 돌을 놓는 건 여전히 인간이 대신했다. 이는 AI와 로봇공학 분야에서 흔한 현상이다. 온갖 복잡한 연산은 쉽게 해치우는 AI나 로봇이 인간의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는 서투르니 그렇다. 미국의 로봇공학자 이름을 딴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보다 단순노동 일자리를 대체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일까. 이 가설이 틀릴 수 있음을 2026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감지했다. 월드컵 파트너사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활약상을 보면서다. 다리를 꼬고 공을 차 수비수를 속이는 '라보나킥'을 차는가 하면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 동작까지 시현했으니 말이다.

AI가 어떤 직종의 일자리를 먼저 잠식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분명한 건 방향이 어느 쪽이든 청년층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국내외적으로 똑같은 현실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를 보자. AI 확산 이후 영국 노동시장에서 숙련직 수요는 늘고, 신입은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이 맡는 기초업무를 AI로 대체한 결과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경총 조사에서 신입을 뽑는 정기공채는 2018년 39.9%에서 2026년 10.2%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5월 청년 취업자가 1년 전과 비교해 25만명 이상 사라졌다. 2·4분기(4~6월) 대졸 실업자가 전년보다 3만9000명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월 들어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청년층 실업률(6.8%)은 급등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달 대비 1.3%p 오른 증가 폭은 5년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최근 추락 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도에도 전반적 국정실패를 넘어 청년층의 불만이 반영돼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치인 37.4%였다. 설상가상으로 18∼29세(28.8%)와 30대(29.8%) 지지율은 모두 20%대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한민국 '꿈나무'들의 좌절감에 둔감해 보인다. 정규직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인 게 그런 징후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기업은 청년층 신규 채용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닥치고 증시 부양'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보유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얼마 전 이는 "코스피가 광란에 빠지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등의 폭락과 함께) 약 36만개 증권 계좌가 강제 청산됐고, 이 중 62%는 35세 이하 투자자의 계좌였다"고 지적했다.

어찌 보면 미래세대는 지금 AI 확산과 정부의 세대 불균형 정책으로 고용시장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4700조원 규모 3대 메가프로젝트도 이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다. 핵심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이 그렇다. 여권의 지지기반 다지기 효과는 있겠지만, 당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청년층 고용난 해소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어서다. AI 반도체 산업의 청년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투자주체가 직면할 업황의 중장기 변동성도 큰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제 청년 고용난을 국가적 비상 과제로 인식할 때다. 계속고용장려금, 정년연장 등 4050세대를 향한 관심 이상으로 2030세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정규직 울타리 안에서 AI에 적응할 기회가 원천 봉쇄된 미취업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과 채용연계형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 예산을 전 국민 소비쿠폰 등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대학의 AI교육 지원에 쓸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규제혁신이 청년 고용난을 해소할 근본 대책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AI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의 세대 간 불균형을 바로잡는 맞춤형 청년 고용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구본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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