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은 디자인의 날… '앙부일구' 정신 이어받아 제정"[인터뷰]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백진경 회장
국회서 첫 기념일 행사 앞둬
세종대왕이 해시계 설치한 날
최초의 공공디자인 사례 의미
산업·문화 성장 앞장선 디자인
정책 파편화로 통합 체계 절실
국가디자인위원회 설립나서야
올해로 창립 31주년 맞는 디총
AI시대 기술-삶 잇는 가교될 것
"오는 11월 2일은 '제1회 디자인의 날'입니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와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디자인코리아 2025'에서 11월 2일을 '디자인의 날'로 공식 선언했습니다. '디자인의 날'은 단순히 새로운 기념일 하나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산업과 문화를 성장시켜온 가치를 사회적으로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백진경 회장(인제대학교 명예교수·사진)은 9일 오는 11월 2일 첫번째로 개최되는 '디자인의 날' 행사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백 회장은 "'디자인의 날'을 시작으로 디자인계 오랜 과제인 '국가디자인위원회' 설립도 현실화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산업과 문화, 기술과 사회를 잇는 K-디자인 역량이 더욱 확대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디자인계와 함께 지속적으로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백 회장은 한국디자인학회 회장, 한국색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0년 인제대학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20여년간 보건학, 사회과학, 인문학, 체육학 등의 연구자들과 함께 헬스케어디자인, 지역사회디자인 등 디자인 중심의 융합연구를 지속적으로 이끌며 디자인의 영역을 확대한 연구자이자 교육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는 오는 11월 2일 '제1회 디자인의 날' 행사를 국회에서 개최한다. 산업통상부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등 디자인과 관련된 여러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도 협력하는 행사가 되도록 준비 중이다.
10월과 11월의 경우 디자인 관련 행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기간이기도 한데 각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하우스 등의 디자인 관련기관과도 긴밀한 협조하에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백 회장은 "세계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문화와 디자인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 '디자인의 날'을 마련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디자인의 날'제정 의미에 대해서도 "디자인은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과 수출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과 사회의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기술을 인간의 필요와 가치에 연결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디자인 역할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대적 의미를 담아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와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디자인코리아 2025' 행사를 가지면서 매년 11월 2일을 '디자인의 날'로 공식 선언했다. 11월 2일은 세종 16년인 1434년 장영실 등이 제작에 참여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가 혜정교와 종묘 앞에 처음 설치된 날이다. '앙부일구'는 단순한 과학기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도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안, 과학적 원리와 사용 편의성, 조형적 완성도를 함께 갖춘 도구라고 평가했다.
디자인의 중요한 목적 역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찾아내어 보다 편리하고 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앙부일구'는 우리 역사에서 과학적 기술과 미학, 사용자 중심의 사고가 결합되어 완성된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의 사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디자인계의 산업계와 협회, 학회를 아우르는 대표단체인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는 1995년 6개 단체로 출범했다. 올해로 창립 31주년을 맞는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는 현재 28개 디자인 관련 법인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백 회장은 "오늘날 디자인의 역할은 제품과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공정책, 도시와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자인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사회와 제도에 반영하고, 그 성과가 다시 사회에 환원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중요한 책무"라고 소개했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은 산업, 문화, 공공행정, 도시와 건축 등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나뉘어 있어 국가 전체의 디자인 방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정하고 통합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시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못지않게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백 회장은 "디자인은 기술과 인간, 산업과 문화, 정책과 일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앞으로 한 국가의 디자인 역량은 산업 경쟁력 뿐 아니라 문화적 수준과 삶의 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 차원의 디자인 정책을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논의할 수 있는 '국가디자인위원회'의 설립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 회장은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된 디자인 정책을 연결하고 산업·문화·공공·도시 디자인을 아우르는 국가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