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뜨거운 바다, 태풍 키웠다" 해수 온도와 빙하가 바꾼 재난 지도 [재난으로 온 기후위기④]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뜨거운 바다 → 태풍에 더 많은 수증기·열 공급]
높아진 해수면에 해안도로·항만·저지대 먼저 잠겨
줄어든 빙하·커진 빙하호, 산악 하천 재난 키운다

2023년 10월, 멕시코 게레로주 아카풀코 한 주택가 도로에 허리케인 '오티스' 영향으로 파손된 건물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사진=연합뉴스
2023년 10월, 멕시코 게레로주 아카풀코 한 주택가 도로에 허리케인 '오티스' 영향으로 파손된 건물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다와 빙하는 기후위기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곳이다. 해수 온도 상승은 태풍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해수면 상승은 해안 침수 피해를 키운다. 줄어든 빙하와 약해진 산사면이 고산 지역 재난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살펴봤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해수면 온도 상승과 빙하 손실이 태풍·폭풍해일·산악 홍수의 위험 조건을 바꾸고 있다. 따뜻한 바다는 열대저기압에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고, 높아진 해수면과 줄어든 빙하는 연안 침수와 하류 지역 물 피해 위험을 높인다.

따뜻한 바다 위에서 커진 폭풍

뜨거워진 바다에서는 태풍이 육지에 가까워지는 동안에도 세력을 유지하기 쉽다. 해안으로 다가오는 태풍이 열과 수증기를 계속 공급받으면 강한 비구름과 높은 파도를 동반한 채 상륙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허리케인·태풍·사이클론이 모두 열대저기압 계열이며, 발달에는 대기 교란과 섭씨 27도 이상 따뜻한 해수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바닷물에서 올라간 수증기가 응결할 때 방출되는 열이 폭풍을 강하게 만든다.

2023년 10월 멕시코 아카풀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오티스'도 상륙 전 바다에서 급격히 강해졌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당시 멕시코 남부 해안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30도 안팎이었다고 밝혔다. 강풍과 폭우는 호텔과 주거지, 항만 시설을 덮쳤다.

7월 바다,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워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026년 7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전 세계 해양 평균 해수면 온도는 섭씨 20.96도였다. 7월 기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이전 최고값인 2023년 섭씨 20.89도를 넘어섰다.

2026년 6월 19일부터 7월 말까지 일별 평균 해수면 온도도 해당 날짜 기준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7월 31일은 섭씨 21.05도로, 2024년 3월 역대 최고값 섭씨 21.09도와 0.04도 차이였다.

다만 모든 태풍이 바다가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기 흐름, 수직 바람시어, 주변 기압계, 이동 속도, 건조 공기 유입도 발달에 영향을 준다. 높은 해수면 온도와 깊은 난수층은 태풍이 바다 위에서 에너지를 잃지 않고 이동하는 배경이 된다.

한반도 주변 바다도 빠르게 데워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산과학원)은 '2026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에서 1968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8년간 우리나라 주변 표층 수온이 섭씨 1.60도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은 섭씨 0.76도였다.

수산과학원은 장기 수온 상승률이 연간 섭씨 0.0276도였고, 2016~2025년 최근 10년 상승률은 연간 섭씨 0.09도였다고 분석했다. 대마난류 세력 강화, 여름철 폭염 일수 증가, 해양열파의 강도와 빈도 증가가 배경으로 설명됐다.

양식장 작업 순서까지 바꾼 고수온

지난해 7월 펄펄 끓는 여수 양식장.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펄펄 끓는 여수 양식장.사진=연합뉴스

바다의 고온은 어장과 양식장에도 영향을 준다. 수산과학원은 여름철 동해안에서 냉수대와 고수온이 반복되면 양식생물의 스트레스와 먹이 섭취 감소, 면역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경북지역 강도다리 육상양식장에서도 급격한 수온 변화에 대비한 현장 기술지원이 진행됐다.

냉수대가 발생하면 유수량과 사료 공급량을 줄이고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냉수대가 사라진 뒤 수온이 갑자기 오르면 단계적으로 사육 환경을 조절해야 한다. 수온 변화는 사료 공급, 산소 관리, 출하 계획까지 바꾼다.

바닷속 화학 변화도 함께 나타난다. 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해양산성화가 진행 중이며, 해양 온난화에 따른 성층 강화로 동해 저층 용존산소 감소와 표층 영양염 감소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6년 만에 유해적조가 발생했고, 아열대성 푸른우산관해파리가 제주를 넘어 동해안까지 확인됐다.

폭풍해일 앞에 낮아진 해안 방어선

해운대 마린시티 거대한 파도.사진=연합뉴스
해운대 마린시티 거대한 파도.사진=연합뉴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재난의 조건을 바꾼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전국 연안 21개 조위관측소 장기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1989~2024년 우리나라 해수면이 연평균 약 3.2㎜씩 올라 약 11.5㎝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인 2015~2024년에는 서해안과 제주 부근을 중심으로 연 4~7㎜ 수준의 높은 상승률이 관측됐다. 평균 해수면이 오르면 태풍 때 바닷물이 더 쉽게 육지 쪽으로 밀려든다. 폭우로 하천 수위가 오른 상태에서 해수면까지 높으면 빗물이 바다로 빠지는 시간도 길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 극한 강우와 하천 유량이 겹칠 때 해안도시의 침수 가능성이 커진다고 평가했다. 열대저기압과 관련된 강수율도 온난화된 환경에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열파는 한국 주변 바다만의 변화가 아니다. 섬과 연안 도시가 많은 남서태평양에서는 바다 온도와 해수면 변화가 생태계, 어업, 주거지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사이클론·몬순·산사태가 겹친 남서태평양

세계기상기구(WMO)는 '남서태평양 기후 현황 2025' 보고서에서 2025년 이 지역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더운 해였고, 거의 모든 해역이 해양열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양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는 생태계와 어업, 연안 공동체 피해로 이어졌다.

이 지역에서는 사이클론 세냐르도 큰 피해를 냈다. WMO는 세냐르가 말라카 해협에서 열대저기압 강도에 이른 첫 번째 사례였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1000만명 넘는 사람에게 영향을 줬으며 1200명 넘는 사망자를 냈다고 밝혔다. WMO는 세냐르 피해를 열대저기압, 몬순성 강우, 홍수, 산사태, 토석류가 겹친 사례로 설명했다.

바다 변화는 해안만이 아니라 산악 지역의 물길에도 영향을 준다. 녹은 얼음은 해수면 상승에 더해지고, 고산 지대에서는 홍수와 물 부족 위험을 함께 키운다.

빙하가 사라진 뒤 달라지는 물길

동남극 모슨 빙하(Mawson Glacier).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남극 모슨 빙하(Mawson Glacier). 연합뉴스 자료사진

WMO의 '전 지구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는 2024년 전 세계 모든 빙하 지역에서 3년 연속 광범위한 얼음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4년 한 해 빙하 손실량은 450Gt으로,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약 1.2㎜ 높이는 양으로 분석됐다.

빙하는 산악 지역의 물 저장고다. 눈과 얼음은 계절에 따라 녹으며 하류의 식수, 농업용수, 수력발전, 생태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면 한동안 녹은 물이 늘어 홍수 위험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 얼음 자체가 줄면 건기 물 공급이 약해진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의 열대 빙하도 사라지고 있다. WMO는 2025년 이 지역에 남은 열대 얼음 면적이 1988년 관측 면적의 약 2% 수준이며, 마지막 열대 빙하가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가 줄면서 생긴 호수가 터지는 재난도 발생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2023년 10월 인도 시킴주 남로나크호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9월 28일과 10월 4일 사이 호수 약 105ha 면적의 물이 빠져나간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빙하호가 갑자기 터지면 물과 암석, 토사가 좁은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하류에 도로와 교량, 수력발전시설, 마을이 있으면 피해는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변화는 수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고수온은 양식장 관리와 어종 분포에 영향을 주고, 해양산성화와 성층 강화는 바닷속 생태계와 영양염 순환까지 바꾼다. 수산과학원은 이런 변화가 해양 생태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욱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우리 바다의 온난화가 예상보다 가속화되면서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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