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네팔 실종자 가족들 "더 이상 생환 기대 안해….시신이라도 찾았으면"

뉴시스

대홍수 이후 수습한 시신 1367구 가운데 102구만 신원 확인 DNA 검사 가능한 연구소 2곳…처리 역량 2배 이상 검체 몰려 장기간 물에 잠긴 시신은 부패 문제로 DNA 추출 어려워

[타데(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타데 마을에서 대홍수 실종자인 마을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6.09.07. kkssmm99@newsis.com
[타데(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타데 마을에서 대홍수 실종자인 마을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6.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지난달 26일 네팔 보테코시강 유역에서 발생한 대홍수 이후 수습된 시신 1367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102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DNA 검사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검사기관의 과부하로 결과 통보까지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카트만두 포스트 등 네팔 언론에 따르면 푸르나 프라사드 아디카리는 대홍수로 실종된 40세 아들 비카시 바부를 찾기 위해 전날 치트완 상공회의소에서 DNA 검사용 혈액을 채혈했다.

아디카리는 이제 아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아들의 유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인근 지역 경찰서와 병원, 정부기관의 문을 두드렸다가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하자 DNA 채취를 택했다. 아디카리가 이제 원하는 것은 확실한 확인이다.

아디카라는 카트만두 포스트에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희망은 잃었다"며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장례 의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슈나 바하두르 네팔리도 라수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대홍수 이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인근 지역을 헤맸지만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네팔리는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DNA 검사가 무엇인가 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살아 있지 않더라도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다'고 했다.

아디카라와 네팔리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하류에서 수습된 신원 미상 시신이 실종된 자신의 가족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디카리 등에게 DNA 검사는 수습 시신들 가운데 실종 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이들은 단서를 찾아 혈액을 제공하고 오랜 불확실성을 끝낼 DNA 일치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홍수로 수습된 시신 다수는 여전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9일 오후까지 시신 1367구가 수습됐지만 신원이 확인된 것은 102구에 그쳤다. 1200가구 이상이 여전히 확인 결과를 기다리는 셈이다. 많은 가족은 결과를 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네팔에서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네팔 경찰 중앙법과학연구소와 과학기술혁신부 산하 국가법과학연구소 두 곳뿐인데 처리 역량이 한계에 직면했다. 평상시 두 기관이 합쳐 처리하는 검체는 연간 1000건 미만이지만 대홍수 이후 2000건이 넘는 검체가 단기간에 몰렸다.

무쿨 프라단 국가법과학연구소 선임 과학관은 "수습 시신과 실종자 가족을 포함해 530명분의 검체가 연구소에 접수됐다"고 전했다. 국가법과학연구소는 과거 월 40~45건, 연간 350건 가량의 DNA 검사만 수행했다.

DNA 전문가인 지반 리잘 전 국가법과학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늘 인력이 부족했다. 인력 충원은 한 번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검사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시약도 비싸고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시약을 제때 확보할 수 있다면 검사 절차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네팔 경찰 중앙법과학연구소는 더 심각한 검체 적체에 직면해 있다. 연간 700~800건 DBA 검사를 수행하던 연구소에는 지난 6일 기준 시신(부분 유해 포함) 1181구에서 채취한 검체와 실종자 가족 1186명의 검체 등 2300건이 넘는 검체가 접수됐다.

전례 없는 업무량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전문가들도 투입되고 있다. 인도 DNA 전문가 19명과 중국 전문가 4명이 연구소를 지원하고 있다. 44명 규모인 한국 재난대응팀도 지원에 나섰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추가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물에 잠겨 있던 시신은 부패가 진행될 수 있어 DNA 추출이 훨씬 어려워진다.

비노드 네우파네 중앙법과학연구소 법의학 전문가는 "신선한 혈액 검체라면 하루나 이틀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시신의 부패가 시작되면 치아나 뼈에서 DNA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린다. 이전 사례를 보면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2~4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산데시 쿠마르 포카렐 중앙법과학연구소 경감은 "추가 기술 지원으로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적체를 고려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재난 규모도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나라야니강 하류 등으로 떠내려간 시신은 누와코트, 치트완, 나왈파라시 등 먼 지역에서 발견됐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인도까지 떠내려갔다. 치트완에서만 363구가, 나왈파라시에서도 226구가 수습됐다.

시신이 한꺼번에 대량 유입되고 영안실 수용 능력은 제한적인 데다 장기간 물에 노출된 시신의 부패도 빨라지자 네팔 정부는 DNA 검체 채취 등 향후 신원 확인에 필요한 증거를 보존한 뒤 신원 미상 유해를 매장하기로 했다.

한편, 네팔 당국은 실종자를 찾고 신원 미상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반 디지털 시스템인 '페이스태그'도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태그는 사진이나 영상에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해당 인물과 연결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시신 수천 구 가운데 일치 가능성이 있는 후보 5~10개를 제시한다. 이후 가족이 직접 살펴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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