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꿈틀대는 물가에 커지는 불확실성, 선제 대응해야

파이낸셜뉴스

중동 긴장 재고조로 국제유가 급등
환율 변동성 확대도 예의 주시해야

(한은 제공) /사진=뉴스1
(한은 제공) /사진=뉴스1

물가 불안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끄는 견조한 성장세가 우리 경제의 희망을 키우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가장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변수는 물가다.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 환율 변동성까지 금융 통화 정책의 모든 이슈들이 물가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한국은행의 목표치(2.0%)를 크게 웃돌았다.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대 중반까지 올랐다. 2%대로 묶어두려던 물가 상승률이 통제 범위를 이탈하고 있다. 앞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요인이 더 걱정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전의 여파가 길어지면 수입물가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 당장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물가도 심상치 않다. 명절이 다가오면 수급의 격차로 서민 체감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물가 상승을 압박할 변수들은 더 있다. 한은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런 점들을 지적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물가 상승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가 상승과 원자잿값 급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급락 중인 환율도 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목했다. 1500원대 고착이 예상되던 원·달러 환율은 예상 밖으로 1330원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수출 호황에 따른 기업의 달러 매도가 견인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든 환율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출기업들이 손에 쥐고 있던 달러를 매도하고 있지만, 그 기조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환율이 다시 크게 오르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울 것이다. 환율 안정이 중요한 이유는 물가 때문만이 아니다. 급등락에 따라 이익을 보는 경제주체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주체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환차손이 발생해 예상치 못한 자금경색에 빠지는 기업도 생길 수 있다. 중소기업은 특히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다.

현재 한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 겉보기에는 좋은 상태다. 그러나 물가와 금리, 환율이라는 세 변수가 서로 얽히며 우리 경제를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어느 한쪽의 안정을 위한 정책이 다른 쪽의 불안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환율 변동성 재확대 가능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세심하게 점검하며 시장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금리를 통한 물가 대응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벌어지는 물가 왜곡요인에 대한 점검과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