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도 반했을 '세종시 로컬 미식' 탐방 [Weekend 레저]
현대식으로 차려낸 왕의 다섯끼 '세종오식'
로컬 맛집 산장가든의 원조 숯불갈비
양념으로, 매운맛·수제떡갈비로 즐겨
49층 올라 세종 도심 한눈에 담고
1㎏ 화채 등 디저트로 달콤함 충전
이탈리아 요리와 한국 전통주의 만남
제철 식재료 가득 올린 피자·리조또
청년양조장 백경 소주와 페어링 최고
마지막 한끼는 '내가 만드는 잔칫상'
오일장에서 파닭·만두 등 직접 장 봐
일행들과 풍성한 한상 차림 즐기기
사이사이 이응다리·전통정원 한바퀴
세종에서의 1박2일 미식여행 마무리
【세종=정순민 기자】"거기 뭐 볼게 있어?" 세종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보인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응답자의 대다수는 세종을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거나, 가봤더라도 다른 용무로 방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어떤 게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세종에 대한 외지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조사를 해봤다. 그랬더니 전체의 60%가 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세종사랑맛집' 선정 작업을 펼치고, '세종의 식탁' 같은 당일 프로그램을 론칭한 이유다. 이달부터는 세종에서 5끼를 맛볼 수 있는 1박2일짜리 미식여행 프로그램 '세종오식'을 새로 운영한다. 먹는 즐거움으로 꽉 채워진 '세종오식'을 미리 체험하고 왔다.
세종오식은 세종대왕이 하루 다섯 차례 음식을 즐겼다는 데서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면 둘째날 아침에 맛볼 수 있는 호텔 조식을 빼고도 낮것(점심), 다과상(로컬카페), 석수라(저녁), 주안상(청년양조장), 잔칫상(세종전통시장) 등 다섯 끼를 즐길 수 있다.
첫끼인 '낮것'은 로컬 맛집으로도 유명한 산장가든(세종시 연서면)의 석갈비로 시작했다. 석갈비는 양념한 돼지갈비를 미리 구운 뒤 뜨겁게 달군 돌판에 올려 내는 음식이다.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굽지 않아도 되고, 돌판이 마지막 한 점까지 온기를 유지해줘 먹기에 편하다. 주메뉴는 원조숯불갈비지만 매운숯불갈비와 수제떡갈비도 잘 팔린다. 이 집의 자랑거리인 동치미 메밀국수도 별미다.
두번째 '다과상'은 세종시 신도심에 자리한 '뷰 맛집' 카페 플레저(세종시 나성동)에 차려졌다. 세종리더스포레 맨꼭대기층(49층)에 위치한 이곳에선 세종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해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이응다리, 국립세종수목원 등이 반듯하게 배치돼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베라떼, 그릭 요거트, 과일만 1㎏ 화채 등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며 세종 신도심을 조망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세번째와 네번째 끼니인 '석수라'와 '주안상'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빠스타스 by 파인드파인'(세종시 어진동)에서 즐겼다. 이 집은 2016년 작은 파스타바로 시작해 세종시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기업 지원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로 성장한 곳이다. 특히 세종의 제철 식재료를 이탈리아 음식에 접목해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식탁에는 세종무화과샐러드와 감바스 알 아히요, 조치원복숭아 프로슈토 피자, 비스큐 로제 파스타, 전복 감태 리조또가 차례로 올랐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조치원복숭아 프로슈토 피자였다. 복숭아와 피자의 조합이 어색할 것이라는 예상은 첫 입에 깨졌다. 따뜻하게 익은 복숭아의 은은한 단맛과 프로슈토의 짭조름한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같은 장소에서 맛본 주안상도 인상적이었다. 빠스타스의 맛있는 음식과 함께 세종을 대표하는 청년양조장 '백경증류소'의 전통주가 페어링되어 제공됐다. 이탈리아 음식에 와인이 아닌 우리 술을 곁들이는 조합이다. 쌀과 누룩, 물을 기본으로 빚은 술에서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이 느껴졌다. 특히 '백경 15 골드'는 화이트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산뜻한 향을 냈다. 또 가장 도수가 높은 '백경 53도 소주'를 넘길 땐 기분 좋은 열감이 목줄기를 타고 흘렀다.
둘째날, 호텔에서 조식을 챙겨 먹고 일행이 찾은 곳은 조치원 구도심에 위치한 세종전통시장이다. 첫날의 신도심과 달리 오래된 시장 골목에는 채소와 과일, 생선과 반찬을 파는 좌판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마침 오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다섯번째 끼니는 이름하여 '우리가 만든 잔칫상'. 이번에는 누가 차려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한상을 차려내는 방식이다. 미리 나눠준 온누리상품권(3만원)을 들고 직접 시장을 돌며 먹거리를 구매한 뒤 인근 카페에 모여 각자가 산 음식을 한데 펼쳐놓고 먹는 일종의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전 조율이다. 음식이 겹치지 않게 조별로 전채, 메인, 사이드, 디저트 등 카테고리를 정했다. 운영진은 출발 전 "김밥은 사지 말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이 시장에 오면 습관적으로 김밥부터 사는 경우가 많아 김밥은 미리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이 지역 명물인 파닭과 만두, 순대, 족발, 전, 튀김 등 눈길을 끄는 먹거리들이 즐비했다. 지역 특산물인 조치원 복숭아와 참외, 자두, 사과, 배 등 제철 과일도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5개에 2000원 하는 국화빵과 땅콩이 듬뿍 들어간 땅콩과자, 씨앗호떡, 다식, 약과, 강정 등 주전부리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장을 본 뒤 일행이 모인 곳은 카페 화양연화(세종시 조치원읍). 봉지를 하나씩 열자 파닭, 만두, 녹두전, 통닭, 순대, 머릿고기, 떡갈비, 호떡, 튀김 등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같은 시장에서 샀는데도 음식이 거의 겹치지 않았다. 각자 고른 음식들이 모이자 생각보다 풍성한 한상이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만든 잔칫상이 가장 재밌는 식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정해진 메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장을 걷고,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가격을 흥정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음식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끼니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세종에는 오식을 즐기는 사이사이 둘러볼만한 장소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립세종수목원이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이곳에는 사계절온실을 비롯해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희귀식물원, 어린이정원 등이 넓게 펼쳐져 있어 산보를 즐기기에 좋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들과 만날 수 있는 '대통령기록전시관', 5개의 테마섬과 8.8㎞의 산책로를 갖춘 '세종호수공원', 한글 'ㅇ'을 형상화한 세종의 랜드마크 '이응다리' 등도 놓치면 아쉬울 장소들이다.
[email protected] 정순민 기자




